최근 한 달 새 전선주 주가 오름세가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급락한 구리 시세 영향으로 주춤하고 있다. 증권가는 하반기 이어질 '인공지능(AI) 랠리'와 기업 간 거래(B2B) 분야 투자 사이클이 전선주 발판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한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개월(5월 17일~6월 17일) 사이 가온전선, 대한전선, 대원전선, LS, 풍산, 이구산업 등의 주가는 두 자릿수대 하락을 기록했다. 가온전선이 -23%, 대한전선이 -15%를 나타냈다. 대원전선(-19%), LS(-12%), 풍산(-19%), 이구산업(-23%)도 일제히 떨어졌다.
전선 주 재료인 구리의 시세 변동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5월까지 톤당 1만 달러선을 넘기며 급등했던 구리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했다. 이달 17일까지 선물·현물 시세가 1개월 전(5월 17일)보다 9%씩 떨어졌다. 2개월 전(4월 18일)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구리 시세가 떨어지면 이를 제품 판매 가격에 반영하는 전선주의 매출과 이익 등 실적에 부정적인 요인이 돼, 주가가 함께 하락할 수 있다.
증권가는 이달 국제 실물경제 영향으로 구리 가격이 조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구리, 알루미늄, 철강 등 산업금속이 중국의 부진한 실물경제지표를 반영해 2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기간을 더 늘려 잡으면 전선주 주가는 구리 시세 하락 영향을 상쇄하고 있다. 구리 시세는 최근 2개월(4월 18일~6월 17일) 사이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지만, 가온전선(15%), 대한전선(19%), 대원전선(37%), LS(12%), LS에코에너지(81%), 일진전기(28%) 등 여러 전선주는 두 자릿수대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전선주가 구리 가격 상승 흐름을 타는 동시에 상반기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에너지로 이어지는 'B2B 투자 사이클'의 수혜를 함께 받아 왔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AI B2B 투자 사이클과 구리 공급 제한 등 전선주의 상승 동력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 뉴욕 증시 3대 지수(다우, 나스닥, S&P500)가 상승 마감했다"며 "증시 낙관론 확산과 AI 업종 랠리 지속 기대에 경기소비재·IT·산업재 강세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상반기 이어진 AI B2B 투자 사이클 추세가 하반기에도 지속할 것"이라고 봤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이달 초 발간한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서 "현재는 금속 가격 급등 후 조정기이며, 구리는 전방산업 수요 확대에 이견이 없고 공급이 제한된 광물"이라면서 "AI 데이터센터가 유발하는 비전통 구리 수요 급증은 심각한 초과수요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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