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 하강 속 재정난에 허덕이는 중국 지방정부가 사실상 '체납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기업들에 밀린 세금을 내라고 독촉하면서, 심지어 30년 전인 1990년대 밀린 세금까지 끄집어내 강력한 징수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 올해 중국 증시에서는 '세금 체납' 리스크가 기업 실적의 중대 악재로 떠올랐을 정도다.
중국 상하이·선전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들어 상장사들의 세금 체납에 따른 실적 악화를 예고하는 공시가 이어지고 있다. 상하이증시 상장사 웨이웨이 식품이 대표적이다. 웨이웨이 식품은 지난 12일 후베이성 세무당국으로부터 옛 그룹 자회사였던 즈장주업이 1994년 1월부터 2009년 10월까지 체납한 소비세 8500만2900위안(약 161억원)을 납부하라는 통지를 받았다.
웨이웨이 식품 외에도 상하이 신소재기업 순하오(819만2700위안), 제약회사 베이다의약(1944만7300위안), 화린증권(2932만3200위안), 닝보시 화공업체 보후이 등이 모두 세금 체납에 따른 실적 악화 예고 공시를 올렸다. 세금 체납액이 적게는 15억원에서 많게는 160억원이 넘는 데다가, 일일 최저 0.05%의 세금 체납 연체료까지 계산하면 그 액수는 적지 않은 만큼 회사 실적에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한 셈이다.
이 중에는 당국의 요구에 따라 베이다의약처럼 체납액을 완납한 기업도 있지만, 보후이처럼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납부를 거부한 기업도 있다. 보후이는 지난 13일 저녁 선전거래소를 통해 경영난으로 생산 가동을 멈춘다고 공시했으며 이로 인해 지난 14일 주가가 하루 새 20% 폭락해 하한가를 친 바 있다.
보후이를 관할하는 닝보시 세무국은 보후이의 악화된 경영 상태를 우려해 지난해 11월부터 밀린 세금을 납부할 것을 독촉했으나, 현재까지도 미납 상태로 알려졌다. 보후이는 최근 공시를 통해 밀린 세금을 체납할 경우 지난해 실적이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되는 것은 물론 올해 생산 경영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이들 기업이 세금을 체납한 것은 사실이지만, 1990년대 밀린 세금까지 끄집어 내 추징하는 것은 그만큼 지방정부가 심각한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중국 경기 회복세가 더딘 가운데, 특히 부동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지방정부 주 수입원이었던 토지 매각 수입이 급감한 게 지방정부 재정에 직격탄이 됐다. 중국 재무부에 따르면 1~4월 일반 공공예산과 토지매각 수입을 포함한 중국 지방정부 기금예산 수입은 5조7834억 위안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5조9000억 위안보다 줄어든 수치다. 특히 같은 기간 토지매각 수입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7.5%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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