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소형 상장사 자금 사정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유상증자를 통해 무려 10억주를 신규 발행했지만 자본금은 1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고금리에 채무 비용 부담이 높지만 주가도 부진해 시장과 주주에 의존한 자금 조달도 녹록지 않은 모습이다.
18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7일까지 코스닥 상장사들이 유상증자를 통해 확충한 자본금 규모는 5429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22.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유상증자를 통해 늘어난 발행 주식 수는 22억2980만6000주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87.05% 급증했다.
조달한 자본금 증가율 대비 주식 수 증가율이 크게 늘어난 점을 보면 주로 시가총액이 작은 기업들에 자금 조달 수요가 높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시총 규모가 작은 코스닥 상장사 재무 상황이 더 열악하다. 1분기 부채비율 상위 20개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절반이 1000억원 미만인 기업이었다.
올해 회사채 시장이 활기를 띠었지만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코스닥 기업들은 시장의 온기를 누리지 못하고 유상증자 카드를 선택하는 모습이다. 이미 자본을 확충한 기업들 외에도 적지 않은 기업이 올 들어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웨스트라이즈는 18일 운영자금 2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제3자 배정 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파멥신은 지난 17일 운영자금 37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제3자 배정 증자를 결정했다.
유상증자 대금 납입자가 정해져 있는 제3자 배정 증자는 그나마 양호하다. 이달 11일 휴림로봇은 운영자금 약 192억원, 채무상환자금 약 28억원,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 500억원을 위해 일반공모 증자를 결정했다.
올해 유상증자를 결정한 기업들의 증자 목적은 대부분 운영자금, 채무상환자금 조달이다. 고금리·고유가·고환율 등 '3고(高)'에 시달리면서 당장 빚 갚을 자금이 없고 회사를 운영할 돈이 없어 주주들에게 손을 벌린 것이다.
실적도 악화됐다. 코스닥 상장사 1464곳의 1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01% 감소했다. 당기순이익도 11.2% 줄었다.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도 각각 0.28%포인트, 0.55%포인트 낮아져 3.58%, 3.34%를 기록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1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4.1%, 당기순이익은 91.78% 급증한 것과 대비된다. 영업이익률은 3.60%에서 6.45%로, 순이익률 역시 2.69%에서 5.02%로 높아졌다.
유상증자를 통한 조달이 어려운 기업들도 있다. 유상증자 대금 납입이 미뤄지거나 대금이 미납되면서 증자를 철회하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피씨엘은 지난해 12월 제3자 배정 증자를 결정한 뒤 납입일을 4번 변경했다. 지난 17일 또다시 납입일을 미뤘고 제3자 배정 대상자도 GEM GLOBAL YIELD LLC SCS에서 제이에스앤파트너스로 달라졌다. 지속적인 주가 하락으로 기존 투자 예정자의 투자 의사가 불투명해져 다른 투자자를 찾게 된 것이다.
에이스테크는 18일 유상증자 결정을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11월 운영자금 344억원을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한 에이스테크는 제3자 배정 대상자인 AURISE INVESTMENT PTY LIMITED가 대금을 미납하면서 유상증자도 없던 일이 됐다.
코스닥지수 자체도 부진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에 부정적인 환경이다. 올 들어 코스피는 5.8% 상승한 반면 코스닥은 0.1% 하락했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주가가 부진한 소규모 코스닥 상장사들은 투자자를 유치하기 더 어려워졌다"며 "금리가 높아 이자 상환 부담도 크고 재무 상황도 악화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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