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중국 내 주요 애플 협력사인 리쉰징미(立訊精密, 영문명 Luxshare: 럭스셰어)의 자회사 둥관리쉰(東莞立訊) 지분을 일부 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이 첨단 반도체와 제조 장비는 물론 관련 기술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추가 규제를 검토하는 등 중국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인텔은 오히려 중국 시장 확장에 나서고 있다.
18일 중국 기업정보 제공 업체 치차차(企查查)에 따르면 전날 둥관리쉰 주주 목록에 인텔이 추가됐으며 기업 등록 자본금 역시 5억7100만 위안(약 1085억원)에서 5억8900만 위안으로 증가했다. 다만 정확한 투자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다. 지분 매입 단가에 따라 투자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에 자본금 증가액이 실제 투자액이 아니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지 시장에서는 앞으로 인텔을 등에 업은 리쉰징미의 제품 경쟁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인텔 투자 소식에 선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리쉰징미 주가는 전날 8% 가까이 급등한 데 이어 이날도 2.7% 올랐다. 한 소식통은 중국 매체 증권시보에 "이는 앞으로 리쉰징미 제품이 인텔 칩과 연계되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양측이 개발 단계에서부터 깊이 협력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중국 내 주요 애플 부품 공급업체인 리쉰징미가 2017년 설립한 둥관리쉰은 유·무선 통신 연결 전문 부품·장비업체로 통신 기지국과 데이터센터(라우터·스위치·서버)에 필요한 광케이블, 정밀 커넥터, 열 냉각 시스템 등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둥관리쉰 지분 90%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리쉰징미는 지난해 약 2319억 위안(약 44조원)의 매출을 달성했는데, 이 중 커넥터 및 정밀 부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28% 급증했다. 인텔은 이 같은 성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인텔의 이번 투자는 미국이 대(對)중국 반도체 제재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인텔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실제 미·중 반도체 전쟁 중심에 있는 화웨이가 지난 4월 공개한 자사 첫 AI 노트북에도 인텔의 차세대 AI 프로세서가 탑재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지난해 중국 시장 매출이 인텔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7%에 달했다.
특히 인텔은 2021년부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재개하면서 중국 시장 전략도 재정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왕루이 인텔차이나 사장은 전날 공개된 중국 경제 매체 제일재경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반도체 시장 규모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전 전략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변화는 조직 구조가 중국 시장의 요구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게 바뀌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본사에 있는 제품을 가져다 팔 뿐이었지만 이제는 본사가 중국 현지 팀에 고객의 요구에 따라 현지 맞춤형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면서 "다국적기업으로서 이는 쉬운 일이 이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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