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년 만에 전격 북한을 방문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상호 결제체계를 만들자고 공언하면서 북·러 정상이 서로 무엇을 주고 받을지 이목이 쏠린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푸틴 대통령은 북한에서 무기를 지원받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러시아에서 군사·경제 지원을 받으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엄효식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18일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 가장 최우선 순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포탄이나 미사일을 안정적으로 수급하는 것”이라며 “그것에 대해 확실한 보장과 지속적으로 지원을 받는 것이 방문 목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엄 총장은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로켓 등 군사적 분야 기술들을 러시아 측에서 받아 무기체계를 향상시키는 것과 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에 가서 일할 수 있도록 해서 경제적 이익을 얻는다든지 하는 것이 북한 경제를 살리는 씨앗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빅터 차 전략국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이날 웹사이트에 게재한 ‘전례 없는 위협: 러·북 군사협력’이라는 기고문을 통해 “김 위원장은 러시아에 전쟁 비축품을 무제한 공급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차 석좌는 “김 위원장은 첨단 원격조종·핵잠수함 기술·군용 위성·최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등을 원한다”며 “이는 한반도·아시아 안보를 불안정하게 할 뿐 아니라 미국 본토에 가하는 직접 위협을 고조시킨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차 석좌는 △주요 7개국(G7)·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에서 유럽 국가들을 통한 경제적·외교적 압박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 간 밀착 관계에 대한 중국의 불만 활용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원자력 잠수함과 같은 첨단 기술이 북한에 전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러시아가 핵 비확산 체제를 위반하는 것도 있고 나아가 북한의 핵 무력 강화에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협조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며 “군사협력을 하더라도 정찰위성 발사를 돕는 정도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지난해 9월 푸틴 대통령이 북한에 위성 관련 협력을 얘기했고, 최근 북한이 실패한 정찰위성 기술은 러시아가 이전해 준 것이 분명해 보인다”며 “그렇기 때문에 군사적인 협력 측면에서는 이것이 최대치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북한이 러시아를 대상으로 모색하고 있는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 조항’ 채택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양 총장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라는 것은 군사동맹 바로 아래 수준인데 그러면 군사동맹 수준인 자동 개입 조항 같은 것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 총장 역시 “자동 군사 개입은 러시아나 북한 모두 부담일 것”이라며 “북한 입장에서는 한국과 대치 중인 상황에서 전투 인력을 쉽게 뺄 수 없고,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은 17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방북 기간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는 국가 간 파트너십에 붙이는 명칭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동반자 관계→포괄적 동반자 관계→전략적 동반자 관계→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포괄적 전략 동맹관계 순으로 파트너십 강도가 세다고 볼 수 있다.
북·러 정상회담에서 군사적·경제적인 의미 있는 논의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박 교수는 “푸틴 대통령 방북 자체가 김 위원장에게는 큰 선물이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김 위원장은 자신의 외교적인 업적과 정치적인 승리를 선포할 것이며 따라서 대규모 군중집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이 이날 노동신문에 게재한 기고를 보면 군사적·경제적 측면에 대한 얘기가 없는데 이는 러시아가 일부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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