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열대 과일 '리즈(리치)의 고향'으로 불리는 광둥성 광저우시 쩡청구에 위치한 둥린 과수원 농장. 이곳에서 만난 인야오청 둥린 과수원 마케팅 총감은 리즈 수확철인 6월을 맞아 10만평 면적의 넓은 리즈 농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스마트폰으로 5G 생방송을 하는 게 일상이 됐다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그는 "2022년부터 5G 생방송을 시작하면서 이곳 과수원 매출도 매년 20~30%씩 늘고 있다"고도 했다. 길게는 최장 4시간가량 생방송을 한 적도 있는데, 당시 접속자가 최대 5만명에 달했다며 생방송을 통한 구매 전환율도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악천후도 5G 생방송으로 극복하는 농가
이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중국 이동통신사 차이나유니콤이 2022년 출시한 '5G 즈보(直播·생방송) 서비스’ 덕분이다. 기존 5G보다 트래픽은 50% 높이고 업링크 속도도 4배 높인 150~200Mbps로, 생방송에 특화된 5G 서비스 패키지다. 특히 데이터 처리를 분산시키는 5G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을 통해 끊김 없는 고화질 생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트래픽이 몰리는 피크 시간대에는 생방송 이용자를 구분해 신호가 끊기지 않도록 네트워크 우선 보장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실상 5G 생방송 '패스트 트랙'을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게 화웨이 측의 설명이다. 2022년 출시한 5G 생방송 서비스 가입자만 중국 전역의 농업·관광·패션·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30만명에 달한다.
인 총감은 "5G 생방송 서비스 덕분에 지금은 과수원 어디서나 5G 신호를 안정적으로 수신해 생방송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에는 과수원 근처 5G 기지국 신호가 잘 잡히는 고정된 장소에서만 생방송을 할 수 있었던 것과 비교된다.
특히 신호가 끊겨 방송이 버벅거리면 시청자들이 도중에 나가버려 제품 구매 전환율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지금은 어디서든 끊김 없이 원활하게 방송을 할 수 있게 된 덕분에 제품 구매 전환율도 크게 늘었다. 인 총감은 "5G 생방송 기술로 시청자에게 더 풍부하고 디테일한 내용을 전달함으로써 구매 전환율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과수원 현장에서 화웨이와 차이나유니콤은 5G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5G-A를 통한 생방송 서비스도 테스트했다. 5G-A는 5G 어드밴스드(5G-Advanced·진화한 5G)의 줄임말로 5.5G라고도 불린다. 쉽게 말해 5G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5G에서 6G로 넘어가는 중간 단계다. 하나의 기지국으로 ㎢당 최대 100만개의 단말기를 연결할 수 있는 데다 데이터 전송 속도와 신뢰성 방면에서 5G보다 10배 향상된 성능을 자랑한다.
중국 농촌에서 5G-A 생방송을 테스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웨이 관계자는 “현재 이곳 과수원 5G 기지국은 5G-A 장비로 업그레이드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5.5G 기술을 통한 생방송이 실제 이뤄지면 현지 농가에서 3D 형식의 고화질 콘텐츠도 원활하게 방송하는 등 기존보다 더 차별화된 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올해 쩡청구 리즈 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움을 겪은 게 사실이다. 지난해 겨울철 이상 고온과 올해 늦봄까지 이어진 추위, 여름철 폭우 등 기후 요인으로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40% 감소한 2만7000톤에 불과한 것. 취재진이 리즈 농장을 찾은 13일에도 하루 종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등 악천후가 이어졌다.
판밍웨 차이나유니콤 광저우지사 부총경리는 “이러한 도전에 맞서 현지 리즈 산업은 5G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전환을 실현해 라이브 커머스로 판로를 개척하는 방식 등으로 적극 극복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토양 모니터링·드론 물 뿌리기··· 5G에 95억원 투자
5G 생방송은 현재 중국 농촌에 부는 디지털 혁신 바람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쩡청구를 예로 들어보자. 5G 기술로 365일 24시간 기상을 관측 분석해 빅데이터화하고, 토양·수분 구성 데이터를 모니터링함으로써 현지 농산물 재배 및 번식에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화학 비료와 물을 분사하는 것은 물론 농약 살포와 파종까지 드론(상업용 무인기)을 통해 자동화했다. 탄위산 쩡청구 시장정보 과학기술과 과장은 “이를 통해 노동력을 기존보다 약 30~40%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 정부도 스마트농업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탄 과장은 “2018년부터 5G스마트농업 시범단지를 조성해 매년 평균 1000만 위안씩, 총 4000만~5000만 위안(약 95억원)의 투자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쩡청구 농업농촌국과 차이나유니콤(광저우)이 ‘스마트 농업과 디지털 농촌 전략적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스마트 농업 시범단지에서 정밀한 파종 작업, 병충해 실시간 고화질 모니터링, 가상현실(VR)을 통한 농업생태 관광 등을 발전시키는 한편 농업·농촌·농민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디지털 농업의 고품질 발전을 촉진해 나가기로 했다.
사실 중국 농촌의 5G 디지털 개혁에는 인야오청 총감 같은 귀농 청년, 이른바 ‘신농민(新農民·신세대 농민)’이 중추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인 총감은 1990년대 태생 세대인 주링허우(90後)다. 평범한 농촌 가정 출신인 그는 대학 졸업 후 중국 남방항공, 항공장비회사 등에서 근무하다 2020년 중국에서 더우인(틱톡 중국버전)을 활용한 라이브방송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격했다. 이후 회사에 사표를 내고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고향 특산품인 리즈 마케팅을 위한 생방송 대열에 뛰어든 것이다.
인 총감은 “우리 부모 세대들은 땀 흘려 재배한 농작물을 여기저기 발품을 팔아 내다 팔며 열심히 노력했지만 이에 상응하는 경제적 가치를 얻지 못해 안타까웠다”며 “하지만 이제는 5G 생방송을 통해 중국 전국, 더 나아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리즈를 팔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지에서 재배된 리즈 수출량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수출된 리즈는 78.3톤으로 2022년과 비교해 무려 160% 늘었다. 현재 쩡청시 리즈는 캐나다·네덜란드·영국·아랍에미리트·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지로 수출되고 있다.
스마트농업 발전은 쩡청구 지역 경제에도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쩡청구는 지난해 전년 대비 8.5% 성장률을 실현했다. 광저우시 전체 11개 구 중에서 경제 규모는 9위에 지나지 않지만 성장률로만 보면 2위를 차지한 것. 광저우시 지난해 성장률 4.6%보다 훨씬 높다.
習 향촌진흥·공동부유에 발맞추는 中기업들
5G 기술을 통해 쩡청구 리즈 과수원에 일어난 디지털 혁신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제창하는 향촌진흥(지방 발전)과 공동부유(부의 분배) 구호와도 맞닿아 있다.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농촌에도 탄탄한 디지털 인프라를 깔아 시골 사람들도 생방송이나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급성장하는 중국 디지털 경제에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농촌 지역 경제 발전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와 차이나유니콤이 이러한 디지털 농촌 건설과 스마트농업에 발 벗고 나선 대표적인 기업인 셈이다.
왕량 광둥 차이나유니콤 제품혁신센터 부총경리는 “5G 보급으로 농촌의 자동화·스마트화·디지털화 업그레이드를 실현하고 있다”며 “스마트폰은 이제 농민들의 새로운 농기구가 됐으며, 방송이 농민들의 새로운 농사일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5G-A 신기술을 응용해 농기계·농업 시스템 등 분야에서 기술 혁신, 제품 개발, 생태계 협력 방식을 통해 농업 발전을 더욱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우잉전 화웨이 5G 마케팅 및 솔루션 영업부 총재도 “5G보다 10배 향상된 성능을 자랑하는 5G-A가 앞으로 중국의 생방송 경제를 주도하고 농촌, 더 나아가 농업의 고품질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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