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성인 10명 중 6명은 1년간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통계가 발표돼 눈길을 끈 가운데 '출판 대국' 일본에서도 서점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어 화제다. 전철역 인근에서 흔히 보던 소형 서점은 물론 츠타야(TSUTAYA), 기노쿠니야(Kinokuniya) 서점과 같은 대형 서점들도 생존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일본의 서점 수 추이를 보면 2004년 1만9920개 있던 서점이 2023년에는 1만927개로 줄어들었다. 20년 사이에 절반가량 준 셈이다. 기초지방자치단체인 시구초손(市區町村)의 '서점 제로' 지역도 올 3월을 기점으로 27.7%에 이른다. 일본의 대학 3, 4학년 학생 중 한 달에 종이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학생의 비율이 62%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이처럼 독서 인구 감소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곳은 바로 지역에 오랜 기간 터를 잡고 운영되어 온 소형 서점들이다. 책은 특히 원가가 비싸 물가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 예컨대 1000엔(약 8750원)짜리 책의 원가는 760엔(약 6650원)가량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물가 급등으로 책값도 오르면서 마진을 남기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한다.
1991년에 문을 연 ‘북스 루에(BOOKS RUHE)’는 도쿄 기치조지 유일의 대로변 서점으로 3개 층에 약 13만권의 서적을 갖췄다. 오가는 사람들이 가볍게 들러 잡지나 신간 등을 집어 읽을 수 있도록 출입구를 널찍하게 설계했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이벤트 정보나 저자 한정 사인본의 입고 상황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엑스)' 계정을 통해 알리는 등 홍보에 힘을 쏟고 있다. 만화책을 전문으로 알리는 계정도 별도로 운영해 '만화 덕후(팬)'들을 공략하고 있다.
'서점 거리'로 유명한 도쿄 진보초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최근 방일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발길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작 책을 구매해 가는 이들은 많지 않아 진보초의 서점들도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1890년 창업한 노포 '도쿄도(東京堂)서점' 의 전략은 '작은 수요'를 잡는 것이다. 각 장르별로 나뉘어진 담당자들이 출판사 및 저자와 직접 교섭해서 발행 부수가 적더라도 필요한 책이 있으면 어떻게든 들여오기 위해 애쓴다. 마쓰모토 신이치 서점 부사장은 "다른 서점에는 없어도 도쿄도서점에는 있을 줄 알았다고 말하는 손님들이 꽤 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도쿄도서점은 대만과 홍콩에 관한 책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동아시아 지역과의 역사·문화적 연결성을 보다 깊이 느낄 수 있도록 2017년부터 전문 코너를 마련했는데, 독자들의 호평과 함께 서점 명물이 됐다.
한편 츠타야, 기노쿠니야 서점과 같은 대형 서점도 독서 인구 감소로 인한 위기 극복을 위해 경쟁 관계이지만 협력을 통해 살길 마련에 나섰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기노쿠니야와 츠타야, 그리고 일본 규슈 지역을 거점으로 매장을 운영하는 세키분간(積文館)서점 등이 규슈 지역 7개 현 107개 서점에서 특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서점 체인은 독서 인구를 조금이라도 더 늘려 시장을 키우는 것이 목표로 지난해 10월 공동으로 출자해 회사를 설립했다. 각 회사의 규슈 담당 직원들이 모여 특별전을 기획하거나 특선한 서적들을 동시다발적으로 판매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캠페인은 규슈가 중심이 되고 있지만 향후 도쿄 등 간토(関東) 지역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흔들리는 출판 왕국'을 살리기 위해 일본 정부도 나섰다. 사이토 겐 경제산업상은 "(서점 부흥은) 한 중소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교양을 높이는 기반"이라며 장관 직속의 서점부흥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열거나 문화 복합 시설로의 전환 등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내 독서 인구는 2013년에 62.4%에서 지난해 48.5%로 10년 사이에 13.9% 포인트 감소했다. 출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상은 절반은커녕 90% 이상의 사람들이 1년에 한 권도 안 읽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