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 완화 및 폐지 여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가운데 종부세 등 조세 강화 정책의 주택가격 안정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규제를 회피하는 우회 통로로 매수세가 유입되고, 집값 상승 기대감에 매도를 피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다.
국토연구원은 지난 1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택가격 상승기 시장 참여자 행태와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원이 문재인 정부에서 시행한 종부세·양도세·취득세 등 조세정책과 금융정책 등에 대한 시장 참여자의 대응 행태를 분석한 결과, 조세 강화 정책은 집값 상승 국면에서 대부분 효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취득세를 강화할 경우 주택 매수를 감소시키는 데 일부 기여했지만, 합가 보류 및 가구분리 등을 통해 가구당 보유주택 수를 낮춰 중과를 회피하거나 지방 저가주택 매수가 늘어나 수요를 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종부세 효과도 마찬가지다. 고가주택과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종부세를 강화하면 신규 수요자 진입을 어렵게 만들고, 보유 부담을 가중시켜 기존 주택 보유자들의 매도 의향도 커지게 된다. 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증여와 저가주택 투자 확대 등으로 이에 대응하는 행태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에 따르면 다주택자 종부세 및 양도세가 강화된 2020년 7월 이전(2016년 1월~2020년 6월) 증여 거래 비중은 평균 4.6%에 불과했지만 7월 이후(2020년 7월~2023년 7월)에는 평균 6.9%로 높아졌다.
보고서를 작성한 전성제 연구위원은 "종부세 때문에 팔고 싶은데 양도세 부담이 훨씬 커서 '이럴 바에는 안 파는 게 낫다'는 인식이 퍼진 것"이라며"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까지 작용해 증여나 저가주택 매수, 종부세를 감면받을 수 있는 개인의 임대사업자 등록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양도세를 강화는 오히려 매물을 회수하는 행태가 나타나고, 이는 결국 공급 부족으로 이어져 주택 가격 상승을 심화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원이 2018년 1월~2022년 12월까지 수도권 71개 시군구 대상 아파트 거래를 분석한 결과, 주택가격 상승기 양도세율을 1% 인상하면 거래량 변동률은 6.9% 감소하고 가격변동률은 되레 0.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주택 시장 급등기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의 금융규제를 강화해도 매수수요를 줄이는 데는 예상보다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장참여자들이 전세 갭투자, 상승한 전셋값을 활용한 매수 등으로 대응하면서 수요 감소가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전 연구위원은 "주택가격 상승기 후반에는 매물 감소가 가격 상승에 중요한 요인이 된다"며 "가격 추가 상승을 기대하는 시장 참여자들이 세제 규제에 편법적으로 대응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수요를 억제하기보다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이 유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 정부에서 전세자금대출을 갭투자 재원으로 활용하는 행태도 광범위하게 나타났다"며 "부동산 시장 상승기 유동성 공급 정책은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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