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소리를 활용한 인공지능 시스템을 개발해 생산 현장에 적용한다. 제품 검수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소리를 듣고 인공지능이 품질 정확도를 판정하는 방식이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모터제어 파워스티어링(MDPS: Motor Driven Power Steering)을 생산하는 창원공장에 어쿠스틱(Acoustic) AI 기반 검사시스템을 시범 구축했다고 19일 밝혔다.
어쿠스틱 AI는 소리를 매개체로 하는 차세대 인공지능 신기술이다. 최근 부상한 생성형 AI가 언어를 바탕으로 질문을 하고 답변을 내놓는 것과 구별된다. 제조업 분야에선 아직 적용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어쿠스틱 AI는 특정 소리에 의미를 부여하고 적절한 판단을 내리도록 돕는 알고리즘 개발이 핵심이다. 생성형 AI가 일반인 대상의 범용성을 강조한 기술이라면 어쿠스틱 AI는 스마트팩토리에 적합한 산업용이다.
가장 큰 장점은 단시간에 많은 양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MDPS는 스티어링휠(핸들)을 통해 조향성능을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안전부품이기 때문에 더욱 꼼꼼한 품질확인 작업이 필요하다. 기존에는 조립과정을 거쳐 기준치를 밑도는 불량 의심 제품을 자동화 시스템이 1차로 걸러내고, 이를 모아 전문인력이 재판별했다. 그러나 어쿠스틱 AI를 적용한 창원공장에서는 1초에 한대씩 품질을 검사할 수 있다. 창원공장에서 생산하는 MDPS는 연간 130만대다.
공정은 부품체결을 비롯해 진동과 소음검사 등 총 23개의 과정으로 이뤄진다. 이 중 소음검사는 MDPS에 실제 동력을 연결해 실시하고 있다. MDPS에 달린 모터가 회전하며 발생하는 소리는 일정한 물결 모양의 파형을 그리는데, 파형이 튀거나 높낮이가 다른 미세한 영역을 인공지능이 판단하는 방식이다.
현대모비스는 품질경쟁력 제고를 위해 현장 엔니어들과 생산기술 전문가, 석박사급의 인공지능 전문 인력들이 약 1년 간 데이터를 확보하고 분석한 끝에 어쿠스틱 AI 개발에 성공했다. 품질 문제 발생 시 원인까지도 구분할 수 있는 획기적인 시스템이다.
회사 측은 어쿠스틱 AI를 다른 부품 공정으로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제동장치 등 움직임에 따라 필연적으로 소음이 발생하는 부품들이 우선 대상이다. 또 데이터를 지속 확보해 독자적인 인공지능 모델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최낙현 DT추진실장(상무)는 "자동차 분야는 물론 글로벌 제조산업 전체에서도 선도적인 공정 혁신 사례"라며 "생산기술은 물론 연구개발과 업무환경 개선에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차별화된 신기술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