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00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한 우리은행에 필요 시 본점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다음 달 시행을 앞둔 책무구조도에 대해선 향후 임원에게 부담이 되는 방향으로 운영하겠다며 면피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내놨다.
이복현 원장은 1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20개 국내은행 은행장과 간담회 직후 “최근 발생한 금융권 대규모 횡령 사건의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고, 상당 부분 파악했다”며 “개정 지배구조법이 도입되기 전이지만 지금 점검 중인 것은 본점 단계에서의 관리 실패”라며 필요 시 허용하는 범위 내 본점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10일 100억원대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경남지역 한 지점에 근무하던 직원이 약 100억원의 대출금을 빼돌린 혐의다. 우리은행은 지난 2022년 이미 700억원 횡령 사고로 금감원 제재를 받았지만, 또다시 대규모 금융사고가 터지며 내부통제 부실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복현 원장은 이어 7월 시행을 앞둔 책무구조도 관련 “책무구조도가 (금융권의) 면피 수단으로 쓰이도록 운영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운영상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임원이나 최고위책임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도록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사 내부통제 책임을 명확히 배분한 책무구조도를 담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은 다음 달 3일 시행된다.
그는 또한 “책무구조도가 어느 정도 마련되면 각 본점에서도 중요 임원들의 업무나 책임 범위가 조금 더 명확해질 것이고, 대표이사 역시 총괄 책임을 지도록 구조가 설계돼 있다”며 “금감원 내부적으로도 관련 작업 진행 중인 만큼 향후 실패를 좀 더 체계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불거진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운영 리스크에 따른 금융지주의 중장기 보통주 자본비율(CET1) 하락 우려에 대해선 “탄력적으로 고려하겠지만, 예외를 두거나 금융사 편의 봐주는 형태는 절대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통주 자본비율은 손실흡수능력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인데, 국제 기준에 따라 금융지주는 향후 10년간 보통주 자본비율 하락에 영향을 미치는 ELS 운영 리스크를 반영해야 한다. 다만 금융당국의 재량으로 3년이 지나면 리스크 반영을 배제할 수 있다.
아울러 이복현 원장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금융사 자체 평가가 금감원 구조조정 필요성에 미치지 않는다면 사업성 재평가, 추가 충당금 적립 등을 강력하게 당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사는 부실 사업장에 대한 사업성 재평가를 이달 말까지 진행하고, 결과를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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