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규홍의 리걸마인드] 최태원·노소영 이혼 쟁점 떠오른 '가사노동 기여'...이혼소송 변수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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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규홍 기자
입력 2024-06-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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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소심 재판부, 노소영 가사노동 기여 인정...1심 판결 뒤집어

  • 법조계 "가사노동, 배우자 재산 형성 과정 크게 기여했다고 인정해 줄 가능성 커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노소영 아트나비센터 관장과의 이혼 소송 항소심 관련 입장을 밝힌 뒤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노소영 아트나비센터 관장과의 이혼 소송 항소심 관련 입장을 밝힌 뒤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이 '세기의 이혼'이라 불리며 장안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최근 이뤄진 이들의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노 관장의 손을 들어주며 무려 1조3808억원의 재산분할을 판결했다.

1조원대 재산분할은 국내 이혼 소송 역사상 최고 액수로 최 회장은 판결을 인정 못하겠다며 해당 소송을 대법원까지 끌고 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이번 소송에서 화두로 떠오른 것은 바로 아내의 '가사노동 기여' 부분인데, 항소심 재판부는 1조원대 재산분할을 명령하면서 노 관장의 가사노동 기여를 인정했다. 앞서 1심 판결은 "내조와 가사노동만으로는 사업용 재산을 나눌 수 없다"며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줬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뒤집은 것이다.

법조계는 이번 소송을 계기로 여성의 가사노동 기여 여부가 향후 벌어질 수많은 이혼 소송에서 최대 쟁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재산분할청구권제도...가사노동의 가치를 평가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는 재산분할청구권제도가 적용됐다. 해당 제도는 이혼 당사자 일방이 다른 일방에 대해서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것을 말한다.

해당 제도는 양육문제와는 별개이며 유책여부, 과실유무를 불문하고 인정된다. 재산분할청구권은 가사노동의 가치를 평가하여 남녀평등을 충실하게 하며, 이혼 후에 경제적 능력이 없는 배우자의 이혼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맡겨둔 명의를 회복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해당 제도는 지난 1990년 1월 민법을 개정하면서 등장했다. 개정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가부장제 문화로 인해 재산은 주로 남성 소유로 추정됐고, 여성 배우자의 재산 형성은 일반적이지 않다는 시각이 법정에서도 적용됐다. 

하지만 점차 여성의 인권이 신장되고 남편과 비교해 사회·경제적으로 약자인 경우가 많은 아내의 권리 보장 필요성도 동시에 높아지면서 법이 개정됐다. 개정된 법은 이후 이뤄진 수많은 이혼 소송에서 부부 간 경제적 독립이나 실질적 불평등을 보완하기 위한 장치로 활용됐다. 

다만 재산분할청구권제도가 마련된 뒤에도 재산 형성과 유지에 대한 기여 범위와 대상에 대한 논쟁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미 해외에선 법으로 형평에 따른 재산분할 비율을 정해 놨지만 국내에선 재산분할에 관한 마땅한 기준이 없어 서로 비슷한 이혼 소송의 경우에도 다른 판결이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국내와는 달리 해외에선 이미 해당 제도가 보편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세계적인 부호인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지난 1994년 마케팅 매니저였던 멀린다와 결혼했고 2021년 이혼했다. 이혼 당시 두 사람의 재산 분할 내용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진 않았지만 다수의 외신들은 멀린다가 최소 60억 달러(약 8조원)에 해당하는 주식을 넘겨 받은 것으로 전했다.

또 빌 게이츠와 거부 순위를 다투고 있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의장도 지난 2019년 아내인 매켄지 스콧과 이혼하며 아마존 전체 주식의 4%를 넘겼는데, 이는 무려 393억달러(약 52조원)에 해당 되는 금액으로 매켄지 스콧은 단숨에 세계 최고의 여성 부자로 등극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SK 최태원 회장과의 이혼 소송 항소심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SK 최태원 회장과의 이혼 소송 항소심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조계 "재산형성 과정에 배우자 가사노동 기여...향후 이혼 소송에서 인정될 가능성 커져"
사회적으로 여성 인권이 신장하면서 최근 대법원에서도 여성의 가사노동을 인정하는 판결이 늘어나는 추세다.

대법원은 앞서 1998년부터 특유재산 인정의 예외 범위를 점차 넓혀 왔다. 대법원은 재산분할 제도의 사회·문화적 배경에 따라 특유재산의 취득과 유지에 가사노동 등으로 인한 배우자의 내조를 크게 인정하며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고 여러 차례 판시해 왔다.

법조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혼 소송에서 여성의 가사노동은 재산분할에 인정되는 정도가 크다. 다만 노 관장이 SK 그룹 경영에 직접 참여한 것은 아니지만 재판부는 노 관장이 간접적으로 회사 성장에 기여했다고 판단했다. 이런 판결은 대기업의 재산분할에서는 이례적이고, 중소기업 사장의 이혼 소송에서 많이 나온다"며 "배우자가 법인을 운영하는데 아내가 회사 성장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았음에도 단지 전업주부로 가사양육을 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회사 성장에) 간접적으로라도 기여했다고 판시를 한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또 항소심에서 가사노동 기여가 크게 인정된 것에 대해서는 "가사노동을 통해 배우자의 재산 형성에 기여를 했다는 것은 재산분할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등장하는 문구"라며 "다만 재판정에서 제대로 배우자가 가사노동을 했는지 입증이 어렵기에 통상적으로 혼인기간에 비례해서 재산 분할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이번 사건 같은 경우 크게 두 가지의 의미가 있다. 우선 이혼 귀책 사유를 제공한 배우자의 위자료가 기존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또 하나는 법원이 기업을 운영하는 배우자의 경우 지금까지 전업주부인 아내가 (재산형성에) 기여하지 않았다고 주로 판단했으나, ​​​이번 소송을 계기로 회사 성장에 기여했다고 인정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재판은 ​​​​대법원 상고심 판결 결과까지 지켜 봐야 할 것이지만 앞서 다수의 이혼 소송 항소심 판결에서 판시를 한 사례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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