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일 '갈라파고스적 부동산 PF, 근본적 구조개선 필요'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PF가 한국 경제에 반복되는 고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근 태영건설 워크아웃, 2022년 레고랜드 사태가 대표적이다. 반복적으로 우리 경제에 위기를 초래하고 있지만 부동산 PF 보증 확대와 긴급유동성 지원 등 단기적 처방으로 대응해 근본적인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부동산 PF가 문제가 생기는 것은 낮은 자기자본과 높은 보증 의존도 등 재무구조가 낙후됐기 때문이다. KDI가 최근 3년간 추진된 총액 100조원 규모 부동산 PF 사업장 300곳의 자료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시행사의 자기자본 비율은 3.2%에 불과했다. 반면 주요 선진국의 부동산 PF 자기자본비율은 30~40% 수준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자기자본을 통해 토지를 확보한 뒤 공사비만 부동산 PF로 조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자기자본으로 토지 계약금 정도만 충당하고 토지 잔금은 브릿지론으로 지불한 뒤 인허가를 취득해 본 PF 대출로 차환하는 구조다. 공사비와 기타비용도 PF 대출로 충당한다.
저자본·고보증에 영세 시행사 난립…"자본확충 장려하고 리츠 활성화 필요"
저자본·고보증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영세한 시행사가 난립하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또 자본이 낮기 때문에 사업성 평가를 제대로 할 수 없고 보증에 의존하다 보니 사업성과 미시적 디테일은 대출에서 크게 고려되지 않는다.이른바 '묻지마 투자'를 초래해 거시 건전성을 훼손해 리스크를 키울 가능성도 있다. 결국 위험을 사회화해 사업주체가 아닌 국민경제에 전이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KDI는 중장기적으로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고 보증을 줄이는 선진적인 재무구조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행사의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것을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는 PF 대출을 공급할 때 자기자본비율이 낮을수록 금융회사가 더 많은 대손충당금을 쌓게 하는 간접규제도 도입할 수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황순주 KDI 연구위원은 "제도를 바꾸면 주택공급의 양은 줄어들어도 안전성은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만일 주택공급이 여전이 중요하다고 보면 상업용 부동산부터 자본 확충 규제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단기적으로는 자본확충을 장려하는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자본확충을 위해서는 지분투자자 유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외국의 경우 자기자본 대부분을 지분투자자 유치를 통해 충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부동산 간접투자회사인 리츠를 활성화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자본력과 개발 경험이 있고 이미 자기자본비율규제가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의미다.
특히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황 연구위원은 "부동산 PF와 관련한 사업장 재무 정보나 사업성 정보를 그 누구도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있지 않다"면서 "그러다보니 현황 파악이 안돼 상시 모니터링이 불가능하고 조기 위험 감지가 불가능한 구조다. 문제가 터지면 땜질식 처방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부처가 합동으로 부동산 PF 종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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