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하면서 북·러 간 군사 협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들이 서명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제4조에는 북한과 러시아가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지체 없이 군사적 원조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대북 전문가들은 협정 제4조 조항을 두고 '자동 군사 개입' 가능성을 열어 놔야 한다고 해석한 반면, 또 다른 전문가들은 자동 개입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또한 이번 조약이 단순히 보여주기 식으로 끝날 것인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조항은 큰 틀에서 봤을 때 자동 군사 개입으로 해석할 여지가 매우 크다"고 내다봤다. 박 교수는 "1961년 조·소 동맹 조약과 비교해 차이가 있다면 '관련 법에 준하여'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그게 1961년엔 없었고, '지체 없이'란 얘기가 나온 것도 각국의 법을 상쇄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전체적으로 판단할 때는 자동 개입으로 볼 여지가 매우 크고, 사실상의 동맹을 복원한 조약"이라고 분석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협정 제4조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 조항"이라며 "이는 러시아의 한반도 전쟁 개입,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 가능성을 모두 열어 놓은 조항으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했다. 임 교수는 "제대로 된 동맹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제4조의 실행을 구체화하는 액션 플랜 등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며 "현 단계에서는 가능성이 커 보이지는 않지만, 자동 군사 개입 조항이 정세 변화에 따라 '선언'으로 그칠지 여부도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조약은 1961년 북한과 소련이 체결한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조·소 동맹조약)' 제1조와 비슷하면서도 '유엔 헌장 제51조'와 '북한과 러시아 국내법에 준하여'라는 표현이 새로 등장했다는 점 등의 차이가 있다. 특히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포함해 대부분의 조약은 기한을 두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번 조약 효력이 '무기한'이라는 점은 전혀 특수한 것이 아닌 것으로 해석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조약을 두고 중립적인 의견을 내놨다. 그는 "1961년부터 1990년 폐기된 조·소 우호 조약과 수준은 동일하다고 본다"고 했다. 다만 "1961~1990년 사이 냉전기에 일종의 동맹 조약 형식이 갖는 의미와 당시 조항에 있는 군사 원조 개념과 현재 동맹 관계나 정세를 고려했을 때의 소위 조약, 원조라는 의미가 동일하냐는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자동 군사 개입 조항이라고 할 수 없다"며 "전쟁이 일어나면 '지체 없이 군사 원조를 제공한다'고 돼 있는데, 이는 북한이나 러시아에서 전쟁이 일어났을 때 군이 직접 참전한다는 형식은 아닌 것 같고, 군사 물자, 무기 등을 지원하는 수준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자체가 1961년도와 똑같지 않고, 그보단 좀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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