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위소득가구의 잠재적 주택구매력이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가장 크게 개선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주택 가격 상승세가 정체된 반면 가구의 소득이 크게 늘어나고 주택 담보대출 부담도 줄어든 영향이다.
23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종합 주택구매력지수(HAI)는 140.21로 2월 139.97에서 0.24포인트(p) 올랐다. 주택구매력지수가 140선을 돌파한 것은 해당 지수를 공개하기 시작한 2008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HAI는 중위소득(3분위)가구가 대출을 받아 특정 지역의 중간가격 정도의 주택을 구입한다고 할 때, 현재 소득으로 대출원리금 상환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HAI가 100보다 클수록 중위소득가구가 중간 가격 정도의 주택을 큰 무리 없이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HAI가 상승하면 주택구매력이 커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HAI가 사상 최대치까지 높아진 것은 최근 주택가격이 정체된 상황에서 중위소득가구의 벌이가 크게 개선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KB부동산의 전국 주택종합 매매가격지수를 살펴보면 2022년 7~8월 100.56으로 고점을 기록한 이후 완만히 떨어져 올해 3월 93.06을 기록하고 있다. 해당 지수의 기준점(100)이 2022년 1월임을 감안하면 최근 2~3년 동안 주택 가격이 정체돼 있다는 의미다.
반면 중위가구 소득은 크게 개선됐다. 올해 1분기 전국 3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27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1분기 3분위 가구 월평균 소득인 284만원 대비 5년 만에 143만원(50.35%) 늘어난 수준이다.
또 올해 주택담보대출 이자 부담도 크게 줄어들면서 지난해까지 130대였던 HAI가 140선을 돌파하는 데 일조했다. 올해 1분기 은행권 주담대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3.96%로 직전 분기 4.4%보다 0.44%p 낮아졌다.
다만 올해 3월 서울 종합 HAI는 62.84로 지난 2019년 8월 64.27 이후 5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여전히 70선을 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서울 아파트 HAI는 45.59로 2020년 9월 45.99 이후 4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여전히 국내 지역 최저치로 나타났다. 올해 3월 HAI가 50선을 넘지 못한 것은 서울 아파트가 유일했다.
이는 서울 주택 특히 아파트 가격이 워낙 높게 형성돼 있어 중위소득가구가 여전히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아울러 서울 지역은 총부채원리금상환(DSR) 등 대출 규제에서도 지방보다 훨씬 불리해 HAI 상승세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 스트레스 DSR 규제가 강화되면 HAI가 140선을 하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트레스 DSR은 향후 금리가 상승해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질 위험을 고려해 DSR을 산정할 때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더하는 제도다. 다만 대출 한도가 급격히 줄어드는 충격을 막기 위해 올해 상반기에는 25%, 하반기에는 50%가량 가산금리가 일정 부분만 적용되는 상황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이자 부담은 상대적으로 줄어든 반면 전세 가격 상승세가 1년 넘게 이어지다 보니 주택 구입을 망설이던 실수요자들이 결단을 내리더라도 괜찮아진 환경"이라며 "향후 스트레스 DSR 제도의 강화로 대출을 받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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