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마지막 주인 이번 주는 미국, 이란, 프랑스 등의 주요 정치 이벤트로 채워질 전망이다. 세 국가의 주요 선거 이벤트는 '집권 세력'에 대한 싸늘한 민심을 얼마나 방어하느냐가 관건이다. '정권 심판' 성격의 선거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향후 국제 정세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빙 지지율' 향방 가를 외나무다리
우선 27일(이하 현지시간)에는 11월 있을 미국 대선의 양대 후보 간 첫 TV토론이 예정되어 있다. 민주당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년 만에 만나 피할 수 없는 결투를 펼친다. 이번 토론의 예상 시청자 수는 약 7000만명으로 현재 박빙인 두 후보의 지지율 경쟁의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미국 대선 후보 토론이 이뤄진 1960년 이후로 아직 최종 후보로 지목되지 않은 양대 후보가 토론하는 건 역사상 처음이다. 제3 후보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는 토론 참여 조건 중 여론조사 부문을 충족시키지 못해 빠졌다. 캐빈 매든 전 공화당 대선 캠프 고문은 "미국 정치계는 하룻밤 동안 이 논쟁에 관심을 집중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논평했다.
토론을 5일가량 앞두고 양대 후보는 신경전과 대비를 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중 연설'에 집중하며 특유의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22일 필라델피아 집회에서 토론 진행자인 CNN 앵커 제이크 테퍼를 '페이크 테퍼'로 부르거나, 또 다른 진행자 다나 배쉬의 이름을 가지고 장난을 치기도 했다. 그는 대통령 관저 '캠프 데이비드'에서 토론을 준비 중인 바이든 대통령을 두고는 "공부하러 통나무집에 들어갔다"며 바이든이 근육강화제 등을 투여했다는 등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렸다.
반면 바이든 캠프에서는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토론을 준비 중이다. 론 클라인 전 비서실장 등 여러 명의 바이든 캠프 참모진은 예상 질문을 뽑고 그에 대한 답변을 준비 중이라고 WSJ은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밥 바우어는 트럼프 전 대통령 역할을 맡아 모의 토론을 진행하기도 한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양쪽의 토론 전략은 서로의 약점을 정조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임기 당시 팬데믹 확산 등 혼란스러운 사회 분위기를 상기시키는 전략을 짰다. 또한 트럼프 2기에는 법인세 인하, 의료혜택 삭감 등 '초부유층'만을 위한 정책을 추진할 것을 집중적으로 부각할 전망이다. 미국 내 여성 표심을 가를 '낙태죄 부활'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책임이 있음도 조명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능력'을 집요하게 공격 중이다. 트럼프 캠프 측에서는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공식 석상 중 포착된 비틀거리거나 방황하는 모습을 거론하며 대통령직을 수행할 능력이 없음을 부각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적으로도 최근 여론조사에서 부정적으로 나온 '물가'와 '불법 이민자' 이슈에 대해 바이든 정부 책임론을 강화할 것으로 WSJ은 분석했다.
이란·프랑스, '반 정권 민심 잡아라' 행보
이란과 프랑스는 예정에 없던 조기 선거를 치른다. 28일 이란에서는 지난달 헬기 추락 사고로 숨진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의 자리를 채울 차기 대통령을 뽑는다. 이란 대통령은 권력 서열상 최고 지도자인 알리 하메네이에 밀리지만 국내 정책을 결정하고 외교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선거가 이슬람교에 의한 신정국가로 불리는 이란에서도 '민주적으로' 대표자를 뽑는다는 이미지를 선보일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총 6명의 최종 대통령 후보는 모두 현재와 같이 성직자의 통치를 지지하는 '보수' 성향이다. 유력 후보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마즐리스(의회) 의장은 최고 지도자인 하메네이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으나 부패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또 다른 보수 후보로는 알리레자 자카니 현 테헤란 시장 등이 있다. NYT는 이례적으로 보수 후보들이 국가 지도부에 반감이 있는 유권자 지지를 얻기 위해 국가의 경제적 어려움과 외교 실책, 국내 혼란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다고 짚었다.
최근 EU 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의 쓴맛을 본 프랑스는 30일 조기 총선을 치른다. 2주 전 극우 국민연합(RN)은 유럽 의회 선거에서 1위를 휩쓸었고, 이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조기 총선 결정으로 이어졌다. 이번 총선은 30일과 다음 달 7일, 두 번에 걸쳐 진행된다. 마리 르펜이 이끄는 RN은 '반이민' '자국민 우선' 등 과격한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2년 전 총선에서 88석만 확보하는 등 패배한 뒤 복수를 노리고 있다.
20일 현지 여론조사에서 RN은 프랑스 유권자 34%의 지지를 받으며 1위를 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RN의 뒤를 이은 건 좌파 정당 연합인 신민중전선(NFP)로 29%로 집계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 여당과 연대 세력인 앙상블의 지지율은 22%로 3위에 머물러 '패배' 가능성이 높아진 모습이다.
극우와 극좌 성향 정당 모두 집권 시 재정 지출 대폭 확대를 예고한 가운데 이는 재정 우려로 이어지며 최근 프랑스 증시는 연달아 하락세를 나타냈다. 그리고 이는 유럽 전체 경제에도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따라서 파리 올림픽을 한 달 앞두고 치러지는 이번 선거 향방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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