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 글로벌화 정책 스펙트럼은 단편적이지 않고, 중소벤처기업부 정책 전반에 걸쳐 있다. 소상공인, 스타트업 정책 등을 논의하면서도 글로벌화를 뺄 수 없다. 정책 초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폭과 깊이가 유동적일 뿐이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21일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통해 정의한 ‘글로벌’이다. 오 장관은 지난해 12월 취임 후 소상공인 민생경제를 챙기는 것 다음으로 글로벌 경쟁력 육성에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역량을 결집해 왔다. 재외공관과 중소벤처기업 지원을 위한 원팀 협의체를 구성한 것이 대표적이다. 로스앤젤레스·샌프란시스코·싱가포르·베트남 등 7개 공관에 협의체를 구성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달 25개 협의체가 마련됐다. 협의체는 중소기업 해외 진출 애로 해소 전담 창구 역할을 하게 된다.
오 장관이 바라보는 글로벌은 ‘수출’과 ‘해외 진출’로 대표되는 해외 영토 확장에 그치지 않는다. 정책 자금부터 연구개발(R&D), 투자 등 중소‧벤처기업 정책수단 모두가 포함된다.
독일 건축가인 ‘루트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는 자신의 성공비결에 대해 ‘신은 디테일에 있다(God is in the details)’고 말했다. 아무리 거대한 규모의 아름다운 건축물이라도 사소한 부분까지 품격을 지니지 않으면 결코 명작이 될 수 없다는 의미다.
오 장관이 장대 끝에서 한발 더 나아가는 글로벌도 그렇다. 확장과 깊이를 더한 전체에서 매우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것, 바로 ‘디테일’이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이 목표하는 중기·벤처 글로벌화(化) 지원의 스펙트럼(범위)과 뎁스(깊이)를 말해 달라.
“중소‧벤처기업 글로벌화 정책 스펙트럼은 단편적이지 않고, 중기부 정책 전반에 걸쳐 있다. 지난 5월에 발표한 중소벤처기업 글로벌화 지원 대책은 글로벌화 지원정책 영역을 과감하게 확대했다. 그간 제품 중심 수출지원 정책을 테크 서비스 분야 수출지원 중심으로 강화하고, 신시장‧고객 확보를 위한 스타트업 등의 해외진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글로벌화 지원정책을 해외진출로도 확대했다. 수출과 해외진출 정책 외에도 정책자금, 연구개발(R&D), 투자 등 중소‧벤처기업 정책수단 글로벌 지향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기업 자체 글로벌 역량 강화에 맞춰 정부, 공공‧민간기관이 가진 글로벌화 지원기능을 하나로 엮어 중소‧벤처기업을 지원하는 체계도 구축 중에 있다.”
-9월 동행축제는 베트남에서 개막식을 한다. 중소기업유통센터와 협력 등 준비 상황은.
“동행축제 참여기업들이 내수를 넘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올해 처음으로 동남아시아에서 한국 유통채널 인프라가 가장 잘 확립돼 있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특별행사를 준비 중이다. 현지 바이어와 1대1 수출상담회, 팝업스토어 등을 통해 질 좋은 우리 제품들을 알리기 위한 행사로 기획하고 있다. 아직 해외 진출 경험이 부족한 소상공인들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중소기업유통센터와 현지에 진출해 있는 대기업 등과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우수 제품 발굴부터 현지 유통망 입점·판촉을 지원하고, 해외 배송·물류 부분에도 어려움이 없도록 사전에 차질 없이 준비할 계획이다.”
-중소기업 탄소중립 역량 강화를 위한 R&D 및 공급망 관련 글로벌 환경규제에 대한 지원방안은.
“먼저 R&D는 탄소중립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등 연구기관과 협력하고 탄소 다배출 공정 저탄소 전환을 위한 기술개발과 함께, 환경부와 협업해 녹색기술 분야 중소기업 R&D, 사업화를 통해 중소기업 탄소중립 R&D를 지원할 계획이다. 글로벌 탄소규제 강화에 대비해 수출 중소기업 탄소중립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개발 사업도 신규 추진한다. 공급망과 관련해서는 기업구조 진단평가 및 개선,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까지 지원하는 종합컨설팅 지원을 확대한다. 개별 중소기업 단위 ESG 전환지원에서 대기업·협력 중소기업 간 공급망 전체 ESG 혁신을 유도할 수 있도록 지원범위도 확대한다. 대기업 수요 맞춤형 지표 개발과 협력 중소기업 심층진단, 탄소중립 설비와 자금 연계, 공급망 플랫폼 고도화 등도 추진할 예정이다.”
-중소기업 경영자 고령화로 인해 흔들리는 장수기업 생태계를 바로잡을 법률(기업승계특별법) 제정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중소기업 CEO 고령화 상황에서 원활한 기업승계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32만5000개의 기업소멸 등 경제·사회적으로 큰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중소기업 사업승계는 친족중심 가업승계를 위한 상속‧증여세 개편과 더불어 친족 승계자 부재 대비 M&A 방식의 기업승계 지원체계 구축 등 2트랙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상속‧증여세를 대폭 완화해 친족 중심 가업승계를 지원해왔으며, 세제당국은 추가 개편도 검토 중이다. 일본은 2008년부터 경영승계원활화법을 제정하고, 2011년 사업승계지원센터를 설립하는 등 선제적 대응으로 최근 성과를 보고 있다. 국내 기업승계 환경 분석과 함께 일본‧독일 등 주요국 기업승계 법‧제도를 참고할 생각이며, 연구용역을 통해 기업승계특별법(가칭)을 마련할 계획이다.”
-상생금융지수 도입․에너지 비용 납품대금 연동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상생금융지수는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권 상생금융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으로, 은행권 사회적 책임 실현 측면에서 도입 취지에 공감한다. 다만, 은행권에 대한 평가체계 도입은 금융위 등 관계기관과 협의가 필요하다. 또 평가 도입 시 중소기업 대출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에너지 비용 납품대금 연동 역시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 뿌리산업 등 특정 산업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올해 1월 1일 본격 시행된 납품대금 연동제 적용범위를 확대할 경우, 이에 따른 현장 부담 가중도 제도 안착 측면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 향후 에너지 비용에 대한 연동제의 실효성과 현장의 부담을 면밀히 검토해 대응하도록 하겠다.”
-10년 동안 멈춰있는 중소기업 범위, 이제는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어떻게 보나.
“최근 물가상승으로 매출이 증대돼 중소기업 상한 경계에 위치한 기업 등이 중소기업 규모기준 상향 조정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기부는 2015년 중소기업 범위를 매출액 단일기준으로 변경 후, 기준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5년마다 적정성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2025년에 5년 주기 검토연도가 도래하기 때문에 올해 물가 상승영향 정도, 업종별 경영환경·실적변화, 업계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차근차근 준비할 계획이다.”
-대·중소 간 상생협약 종료 앞둔 제과업종에 대한 구제책이 있는지.
“8월 제과점업 상생협약 만료를 앞두고 동반성장위원회(민간자율합의기구)는 중소기업단체 및 관련 대기업 등과 그간 수차례 논의해 왔고, 중재를 통해 상생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상생협약은 당사자 간 자율합의 사항으로 동반위에서 시장변화, 효과, 소비자후생, 소상공인 경영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갈등조정을 진행 중인 상황이다. 많은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서로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 상황을 챙겨보겠다.”
-유럽연합이 디지털시장법(DMA·Digital Markets Act)을 시행해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국내에도 특별법이 필요한가.
“디지털시장법(DMA)은 애플·구글·아마존 등 거대 글로벌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억제하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신규 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하고 경쟁하기 쉽도록 하며, EU 내 기업을 보호하는 목적을 가지고 제정했다. 초대형 IT 기업 독과점 예방, 기업 간 경쟁촉진 측면에서는 국내에도 DMA와 같은 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벤처・스타트업의 성장과 혁신 저해, 글로벌기업과 역차별 가능성, 기존법과 중복 규제 문제 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입법에 대한 찬성과 반대 입장의 논리를 모두 고려해 공정경쟁 환경조성과 벤처·스타트업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적합한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는데.
“올해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에 확대 적용됐다. 중소기업·소상공인은 광범위하고 불명확한 의무사항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 처벌방식 개선 및 의무 명확화’,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 등 입법 요구가 큰 상황이다. 먼저, 중대재해처벌법 상 의무 명확화 등 제도개선 사항에 대해 국회에서 심도 깊은 논의가 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할 계획이다. 다만, 제도개선이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서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 법 적용 유예를 우선 추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난해 12월 마련된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업 지원 대책에 따른 중대재해 예방 바우처 사업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해 소규모 중소기업 중대재해 예방을 지원해 나가며,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추가적인 정책들을 발굴해서 추진하겠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프로필
△1964년생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대학원 국제관계학 석사
△외무고시 22회
△외교부 제2차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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