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살포한 오물풍선 내용물에서 각종 기생충이 발견됐다. 또 옷감을 덧댄 의류도 확인돼 북한의 열악한 환경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김정일·김정은 우상화 문건’들도 폐기물 일부로 나와 북한 주민들의 당국에 대한 반감이 표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일부는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수집한 대남 오물 풍선 70여개의 내용물 분석 결과를 24일 공개했다.
통일부는 “살포 오물 내에 포함된 토양에선 회충, 편충, 분선충 등 기생충과 사람 유전자도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는 토양 내 기생충들이 인분으로부터 유래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토양매개성 기생충은 화학비료 대신 인분 비료를 사용하거나 비위생적인 생활환경에서 기인한다. 주로 보건환경 후진국에서 식별되는 사례다.
다만 통일부는 이번에 살포된 토양은 소량이고, 우리 군 등에서 수거·관리했기 때문에 이로 인한 토지 오염, 감염병 우려 등의 위해 요소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통일부는 여러 차례 기워 신은 양말과 옷감을 덧대 만든 장갑 등 북한 내부의 열악한 경제상황을 보여주는 ‘생필품 쓰레기’가 다수 식별됐다고도 했다. 특히 많이 낡은 아동용 의류·양말 상태는 북한 내부의 심각한 생활난을 보여줬다.
오물에는 ‘위대한 령도자(영도자) 김정일 대원수님 교시’, ‘조선로동당 총비서로 높이…’ 등 방치되거나 폐기된 김정일·김정은 우상화 문건 표지도 포함됐다. 오물풍선 살포에 동원된 북한 주민들의 불만이 드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오물 (풍선) 살포에 일반 주민들도 동원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긴급한 행정력 동원 결과, 북한 주민들의 오물 살포에 대한 반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많은 인원이 동원된 상황에서 군이 내용물을 일일이 감시·확인하는 것은 무리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형법 64조 등에 의하면 ‘수령 교시 문건 훼손’ 행위는 최대 사형까지 처할 수 있는 중죄다.
아울러 풍선 내용물은 일반 쓰레기보다는 일정한 크기의 폐종이·비닐·자투리천 등 급조한 것으로 보이는 살포용 쓰레기가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페트병의 경우 라벨과 병뚜껑 등을 제거해 상품 정보 노출을 방지한 흔적이 발견됐다. 또 미국 월트디즈니, 일본 산리오사의 캐릭터 등 해외 유명 상표가 무단 도용된 사실도 확인됐다.
이밖에 과거 대북지원 물품이 오물풍선 소재로 활용되기도 했다. 넥타이와 청재킷 등은 가위나 칼로 심하게 훼손돼 한국산 물품에 대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표출한 정황이 포착됐다.
한편,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 20일 북쪽으로 전단과 이동식저장장치(USB), 1달러 지폐 등을 담은 대형 풍선 20개를 띄웠다. 이튿날인 21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 담화를 통해 “분명 하지 말라고 한 일을 또 벌렸으니 하지 않아도 될 일거리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며 오물풍선 살포를 예고했다. 이에 우리 군은 북한군의 활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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