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가 이 가격이면 사야죠.”
국내 예물 주얼리 시장 침체 속 ‘랩그로운 다이아몬드’가 새로운 예물 주얼리로 각광 받고 있다. 고물가 장기화로 예비 신혼부부들이 일반 다이아몬드와 화학적으로 동일하지만, 가격대가 저렴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에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Lab Grown Diamond)는 연구실을 의미하는 ‘랩(LAB)’과 만들다는 뜻의 ‘그로운(GROWN)’을 합쳐 만든 단어로 실험실에서 만든 다이아몬드를 뜻한다. 인공다이아몬드와 양식 다이아몬드 등으로도 불린다.
24일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시장 규모는 지난 2022년 33조원에서 오는 2032년 81조원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시장 역시 성장세다. 지난 2021년 350억원에 불과했던 국내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시장 규모는 2022년 500억원에서 지난해 700억원대까지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해당 시장이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국내 예물 주얼리 시장 규모가 2014년 1조5000억원대에서 지난해 7501억원으로 반토막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인 수치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시장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고물가’가 자리 잡고 있다. 고물가가 지속되며 합리적인 소비를 하려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실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가격은 천연 다이아몬드 대비 70% 이상 저렴하다. 천연 다이아몬드는 공급이 한정적이고 채굴부터 가공까지 큰 비용이 들지만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이런 과정을 생략하고, 실험실에서 사람이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토양오염, 탄소 배출이 거의 없다는 점도 장점이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에 대한 인기가 커지자, 국내 유통기업들도 관련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신세계 CVC(기업형 벤처캐피탈)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지난 4월 국내 최초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생산에 성공한 KDT다이아몬드에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또 신세계백화점은 다음달 7일까지 백화점 최초로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 컬렉션과 카페 스와로브스키를 운영한다. 국내 유일 자체 생산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브랜드인 알로드 매장도 본점과 경기점 등 총 4곳에서 운영 중이다.
롯데백화점은 이랜드와 손잡고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브랜드 ‘더그레이스런던’ 오프라인 매장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서울 노원점과 본점, 경기 동탄점 등 총 3곳을 운영 중이며 이달 말 잠실점 오픈도 계획 중이다. 현대백화점도 알로드와 어니스트서울의 장기 팝업스토어를 진행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고물가로 인해 결혼 예물은 꼭 천연 주얼리로 해야 한다는 인식이 바뀌며 프로포즈 선물 등으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찾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유통기업들도 오프라인 매장뿐만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 VIP 대상으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판매를 늘려나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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