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제조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사망자가 10명 넘게 발생한 가운데 대형 참사가 발생한 원인으로 유독화학물질인 리튬의 연쇄폭발이 지목되고 있다.
24일 오전 10시 31분 화성시 서신면 리튬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10명 넘는 희생자가 발생했다. 불이 난 아리셀 공장은 연면적 2300여㎡ 규모인 철근 콘크리트 구조 3층 건물이다.
불은 리튬 전지에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 화성소방서는 이날 오후 1시께 화재 현장에서 1차 브리핑을 하고 "배터리 셀 하나에서 폭발적으로 연소됐다는 목격자 진술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화재 발생 이후에 리튬 전지가 계속 폭발하면서 소방당국이 진화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장 안에는 배터리 3만5000여 개가 보관돼 있어 화재 발생 이후에도 폭발 현상이 계속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브리핑을 맡은 김진영 화성소방서 재난예방과장은 "선착대 도착 당시 내부에 있던 배터리 셀이 연속 폭발하며 급격히 불이 번져 진화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현재 구조대원이 내부로 들어가 수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인명 피해가 다수 발생하는 등 화재 피해가 커진 배경으로 리튬 일차전지의 위험성이 지목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리튬 전지 화재는 상황이 매우 심각해질 수 있다"며 "리튬 전지로 인한 폭발 위험이 있고 벤젠, 불산과 같은 유독가스가 내부에 체류돼 있어 소방대원들이 건물 내부로 진입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리튬 일차전지는 물과 접촉하면 화재 또는 폭발을 일으키는 금수성을 띤다. 이에 소방당국은 진압 과정에서 방수를 하지 못하고 마른 모래를 덮는 화재 진압 방식을 검토하기도 했다. 이렇게 하면 방수를 하는 방식보다 내부에서 발생한 불을 잡는 데 시간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최초 화재 발생으로 공장 내부에 다수 인원이 고립됐음에도 리튬 배터리의 연쇄 폭발이 발생한 데다 화재 진압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면서 인명 구조에 어려움이 가중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소방청 관계자는 "리튬 전지 화재 특성상 침투 자체를 시킬 수 없기 때문에 진압 자체가 어렵다"며 "완전하게 덮더라도 연소 확대가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내부에 배터리가 3만5000여개 있다고 하는데 그 정도를 진압할 수 있는 마른 모래 등 진압 물질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화성 공장 화재 피해로 다수 인원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자 범정부적 대응을 위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가동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추가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기관과 지자체는 긴밀히 협조해 피해 확산 방지에 주력해 달라"고 강조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화재 현장을 찾아 조속한 진화와 인명 구조에 최선을 다할 것을 지시했다. 김 지사는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조속히 진화하고, 유해가스 발생을 최소화해 인명 구조에 최선을 다해 달라"며 "화재진압·구조대원 안전도 확보하라"고 주문했다.
소방당국은 유해화학물질 취급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데다 인명 피해와 연소 확대 우려가 있어 선제적으로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대응 2단계는 3~7개 소방서에서 장비 31~50대를 동원하는 경보령이다. 인접 건물로 연소가 확대되는 것은 막아 놓은 상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