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인공지능(AI) 기술 발표 후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던 애플 앞에 겹겹이 악재가 쌓이고 있다. 애플은 유럽연합(EU)으로부터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잠정 결론이 내려진 가운데 수조 원대 과징금을 물을 위기에 놓였다. 이에 애플은 유럽 시장 내 신규 AI 서비스 출시도 미룬 가운데 아이폰 조립 공정을 자동화한다는 계획까지 알려져 노동자 반발도 무릅써야 한다.
EU 집행위원회는 24일(현지시간) 애플의 앱스토어 운영 방식이 거대 플랫폼을 규제하는 신규 법안인 디지털 시장법(DMA)을 위반했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집행위는 애플 측에 이 사실을 통보했고, 향후 애플의 반론을 종합해 내년 3월에 최종 결론을 도출한다. 애플은 지난 3월 7일 DMA 시행 이후 법을 위반한 첫 대상이 됐다.
집행위는 애플이 자사 앱스토어 운영에 있어 다른 선택지를 제대로 보장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DMA에 따르면 애플은 앱스토어를 통해 앱 배포를 하는 개발자들이 추가 비용 없이 고객에게 더 저렴한 대체 구매 방식을 알리고, 그런 구매를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애플은 DMA 위반으로 연간 전 세계 매출의 최대 10%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받을 수 있다. 애플이 해당 법규를 반복적으로 위반했다고 인정되면 과징금은 최대 20%까지 불어날 수 있다. 지난 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애플 연 매출이 3820억 달러(약 530조원) 가량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수조원 이상의 과징금을 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집행위는 이날 애플의 다른 '꼼수'도 조사 대상에 올렸다. 애플은 DMA 시행 이후 '핵심기술수수료'를 도입해 제3자 앱스토어에서 앱을 설치할 시 건당 0.5유로를 수수료 명목으로 받았다. 기존 애플 앱스토어 수수료 부과의 대안으로 DMA가 도입된 것인데, 이런 애플의 수법은 법안을 무력화하는 시도라고 본 것이다.
이에 애플은 EU의 잠정 결론에 성명을 내고 "우리는 우리 계획이 법을 준수한다고 확신한다"며 "지난 몇 달간 애플은 개발자들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피드백에 따라 DMA를 준수하고자 여러 요구사항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앞서 애플은 지난 21일 EU의 DMA가 자사 제품과 서비스 보안을 해칠 수 있다며 아이폰 등에 탑재할 예정이던 '애플 인텔리전스' 등 인공지능(AI) 기능의 유럽 출시를 보류하기로 했다.
DMA는 대형 플랫폼 기업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막고자 일정 규모의 업체를 '게이트 키퍼'로 꼽고 특별 규제하는 법이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 아마존,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부킹닷컴 등 7개 업체를 게이트 키퍼로 분류한다. 이들 업체는 자사 플랫폼과 외부 플랫폼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자사 서비스 우대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EU는 앞으로 애플을 시작으로 빅테크에 대한 전방위적 압력을 행사할 거란 예측도 함께 나온다. EU는 이미 지난 3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서의 갑질을 이유로 애플에 약 18억 유로(약 2조7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당시에도 과징금 부과에 항소하겠다 밝혔는데, 또 다른 사건으로 재차 과징금 위기에 놓인 셈이다.
한편 이날 애플은 여러 이슈에 휘말렸다. 정보통신(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24일 애플이 아이폰 조립 공정 자동화를 도입해 공장 노동자의 인력 50%까지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이 협력업체 노사갈등 리스크 등을 감안해 전체 인력을 줄이고 자동화하는 데 속도를 낸다는 소식이다.
이날 또 애플은 최근 AI 모델로 관심을 모았었는데,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와 AI 협업을 논의했으나 공식적 단계에는 도달하지 못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메타 측이 자사 AI 챗봇 라마를 아이폰에 통합해달라 제안했으나 애플이 수개월 전에 이미 거절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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