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프로야구(메이저리그) LA다저스에서 뛰고 있는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의 전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의 불법 도박 사건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오타니의 10년 지기로도 알려진 미즈하라는 불법 스포츠 도박에 손을 댔고, 급기야는 도박 자금 마련을 위해 오타니와의 친밀한 관계를 악용해서 그의 계좌에서 거액을 횡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즈하라가 불법 스포츠 도박에 손을 댔다는 것 외에도 관심을 모은 것은 그의 도박 중독 문제였다. 지난 3월 LA다저스가 서울을 방문해서 경기를 치렀을 당시 오타니의 계좌에서 불법 스포츠 도박업자에 돈이 송금됐다는 내용이 언론에서 공개되자 미즈하라는 자신의 불법 도박 사실과, 도박 중독 문제를 갖고 있다는 것을 시인했다.
미국 CBS 등에 따르면 2021년부터 불법 스포츠 도박에 발을 들여 놓은 미즈하라는 그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26개월 동안 총 1만9000회의 베팅을 해 4000만 달러(약 556억원) 이상의 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약 24회, 다시 말해 1시간 당 평균 1회의 베팅을 하고 하루 평균 5만 달러(약 6950만원) 이상의 순손실을 기록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미즈하라는 현재 은행 사기 등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미 법원은 미즈하라에게 도박 중독 치료를 받을 것을 명령했다. 오는 10월 선고가 예정된 미즈하라는 최대 33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슈퍼스타 오타니의 통역이자 절친한 친구로서 누구나 선망하던 자리에 있던 그는 도박 중독으로 말미암아 하루 아침에 재산과 명예, 그리고 그의 친구까지 모든 것을 잃게 됐다.
도박 중독
도박 중독. 정신 질환 판단 기준으로 사용되는 미국정신의학협회의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DSM-5)에 따르면 정식 명칭은 도박장애(Gambling Disorder)이다. 임상적으로 심대한 장애 혹은 고통을 초래하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진행되는 문제성 도박 행위를 의미한다.
전미문제도박협의회(NCPG)는 도박 중독을 ‘개인과 가족에 피해를 주고, 때로는 그들의 일상 생활과 직장 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도박 행태’라고 정의하며, 주요 특징으로는 △항상 도박에 대한 생각 △더 많은 돈을 걸어야 한다는 생각 △‘본전 찾기’를 위한 도박 행위 반복 △통제 불가 △부정적 결과에도 불구하고 도박 행위 지속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도박을 한다고 해서 다 도박 중독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즈하라의 경우와 같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도박에 빠져든다면 도박 중독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도박 특성의 경우, 자신뿐 아니라 또 사회적으로도 막대한 피해를 초래한다. 도박 중독자 본인의 육체적, 정신적, 금전적, 사회적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자신의 도박 행위를 숨기고 주변에서 돈을 빌리는 특성으로 인해 가족, 친구, 동료 등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그 피해가 확산된다.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로 봐야 하는 이유이다.
NCPG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만 250만명의 성인이 심각한 도박 문제 기준에 해당되고, 추가적으로 5~800만명은 경도의 도박 문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미국게임산업협회(American Gaming Association) 자료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2021년 한 해에만 불법 및 미허가 해외 도박업체들에 총 638억 달러(약 88조원)에 달하는 돈을 베팅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제도권 바깥에서 이루어지는 불법 스포츠 도박은 도박 중독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불법 도박업체들은 제도권 업체들에 비해 한층 다양한 도박 상품을 제공하는데다 익명성이 보장되고 수익에 대한 과세를 피해간다. 뿐만 아니라 도박 자금이 떨어진 사람들에게는 신용을 제공하면서 이용자들이 도박을 빠져 나오기 더욱 어렵게 만든다.
뉴욕타임스 산하 스포츠 전문 매체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미국의 스포츠 도박 전문 변호사인 대니얼 발라흐는 불법 도박업체들과 이용자들 간 관계를 지목하며 "모든 인센티브를 감안했을 때 이러한 패턴은 깨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 성인 237만명 이상 도박 중독
불법 도박 및 도박 중독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의 도박 장애 유병률이 0.1%에서 5.8%로 다양하지만 대부분 국가들의 보건 당국이 그 심각성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2022년 기준 만 20세 이상 성인 중 237만명(유병률 5.5%)이 도박중독 환자인 것으로 추정했다. 최소한 성인 20명 중 1명 이상이 도박 중독 문제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보다 큰 문제는 도박 연령이 점점 낮아지면서 아동, 청소년 계층에까지 도박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에 따르면 청소년 돈내기 경험비율은 25.8%였고, 돈내기 게임 최초 경험 연령은 11.3세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때부터 도박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사이버 도박 진단조사를 한 결과 청소년 100명 중 3.3명은 위험군이었다.
스마트폰으로 도박 접근성이 쉬워지면서 국민 전 연령층이 도박의 위험도에 노출된 셈이다.
국내 도박 중독 치료 권위자인 최삼욱 진심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도박 중독 연령층에 대해 "옛날에는 거의 50~60대였다면 이후 30~40대, 지금은 이제 중학교 애들부터 한다"며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양상이 확 달라졌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 도박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나 가족·지인들은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헬프라인(전화번호 1336), 한국단도박모임 사무국(전화번호: 02 521 2141) 등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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