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일본 경제를 떠받치는 기둥이 되고 있다. 엔저 현상 등에 힘입어 방일 관광객이 사상 최다를 기록하면서 자동차 산업에 이은 제2의 '수출산업'으로 자리잡았다.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에서 관광산업으로 벌어들이는 외화가 반도체와 철강 수출액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올해 1∼3월 방일객 소비액은 연 환산 기준 7조2000억엔(약 63조원)으로 집계돼 10년 사이에 5배나 늘었다. 닛케이는 "일본이 해외로 판매하는 품목이 상품에서 서비스로 옮겨가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통계에서 방일객 소비에 해당하는 '비거주자 가계의 국내에서의 직접구입'을 보면 코로나19 팬데믹 전인 2019년 10∼12월에는 연 환산 4조6000천억엔(약 41조원) 규모였다. 하지만 코로나19에서 완전히 회복된 올해는 큰 폭으로 뛰어 연 7조엔대를 기록했다.
올해 일본 방문객 소비액 연 환산치는 지난해 자동차 수출액인 17조3000억엔(약 150조원)과 비교하면 절반에 못 미치지만 2위인 반도체 등 전자부품 5조5000억엔(약 48조원)과 3위 철강의 4조5000억엔(약 39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닛케이는 "일본 경제에서 차지하는 방일객 소비의 존재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일본 주요 품목의 수출액과 비교하면 (방일객 관광 소비가) 자동차 다음으로 커졌다"고 보도했다.
일본 관광백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관광객 1인당 소비단가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대비 31% 증가했다. 평균 숙박일 수도 6.2박에서 6.9박으로 길어졌다.
일본정부관광국(JNTO) 통계를 보면 일본을 찾은 외국인 수는 올해 3월 사상 처음으로 월간 기준 30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3개월 연속 300만명을 넘었다. 이 가운데 한국인이 가장 많은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닛케이는 방일객 급증의 이유로 엔화 약세의 영향을 꼽았다. 지난해 달러·엔 평균 환율은 달러당 140.58엔으로, 2019년 평균인 108.98엔과 비교해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가 30%가량 떨어졌다. 엔저 현상은 올해 들어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25일 현재 달러·엔 환율은 달러당 160엔을 코 앞에 두고 있다.
다만 닛케이는 “방일객을 받아들일 수 있는 관광 인프라가 성장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과제”라고 지적했다. 숙박업 및 공항의 일손 부족이 특히 심각한 상황이다. 인기 관광지에 관광객이 몰리면서 발생하는 오버 투어리즘(과잉 관광) 현상도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코로나19로 관광업이 큰 타격을 입었듯 전 세계적인 감염병의 유행과 국제 정세의 영향을 쉽게 받는다는 문제도 있어 일본 경제 성장의 지속적인 원동력이 될 수 있을 지 여부와 관련해 신중한 견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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