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예전에는 전세를 얻는 젊은 분들이 경험이 없다 보니 덜렁덜렁 계약을 했던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다"며 전세사기를 피해자 책임으로 전가하는 듯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 한 달 반 만에 정식으로 사과했다.
취임 후 한 번도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만나지 않은 것은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야당 의원들의 질책에 대해서도 "소홀했던 측면이 있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상우 장관은 25일 오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대책 관련 청문회에 참석해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정식으로 사과하라는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요구에 "상처를 받은 분이 있다면 정중하게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진의는 사태의 책임이 젊은 분들 개인적인 잘못이라는 말은 아니었다"며 "정보의 비대칭 해소를 위해서 정부가 노력하겠다는 설명을 드리면서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 중간에 섞인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지난달 13일 출입기자 간담회 과정에서 "예전에는 전세를 얻는 젊은 분들이 경험이 없다 보니 덜렁덜렁 계약을 했던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다"며 "이제는 꼼꼼하게 따지는 인식이 생기지 않았겠느냐"고 발언해 논란이 발생했다.
그는 "8번째 전세사기 피해자가 사망한 지 열흘이 채 안 된 시점에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은 2차 가해"라는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대해서 "사회적인 문제이고 고통받은 분들을 도와드리기 위해 실현 가능한 피해 구제책을 만들어서 조치를 해야겠다는 생각에는 변함 없다"고 답변했다.
다만 박 장관은 지난해 12월 취임 후 지금까지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직접 만난 적이 없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인정하고 사과했다.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 장관에게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만나 직접 피해 현황이나 구제방안에 대해 청취한 적이 몇 번이냐 질문했다. 박 장관은 이에 대해 "송구스럽지만 제가 직접 만나지는 않았고 (국토부) 직원들이 (만났다)"고 답했다.
주무장관이 피해자들과 간담회 한 번 하지 않았다는 점을 사과해야 한다는 질책이 이어지자 박 장관은 "질책을 달게 받겠다"며 "소홀했던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피해자들을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청문회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야당의 '선(先) 구제 후(後)회수' 골자의 전세사기 특별법과 정부·여당의 대안을 중점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달 28일 21대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던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은 주택도시보증공사 등 공공기관이 임차보증금 반환채권을 사들여 피해자들에게 보증금을 먼저 돌려주고, 나중에 경·공매 등을 거쳐 임대인으로부터 자금을 회수하는 이른바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다. 해당 법안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됐다.
정부·여당은 대신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피해자의 우선매수권을 양도받고 경매 차익을 활용해 피해자에게 추가 임대료 부담 없이 살던 집에서 최장 20년간 거주할 수 있도록 하고 이익도 돌려주는 내용의 대안을 내놨다.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관련 법안 논의는 22대 국회에서 다시 이뤄지는 상황이다.
박 장관은 "정부는 피해자의 피해 회복에 보다 도움이 되고 빠른 시일 내에 시행가능한 주거안정 지원방안을 지난달 발표했다"며 "22대 국회가 개원한 만큼 구제책이 조속히 입법화되고 시행돼 피해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게 되길 희망하며 다양한 의견을 귀 기울여 듣고 입법과정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 후 지금까지 국토부로부터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은 사람은 누적 1만8125명이다. 이 중 1만1757건에 대해서는 우선매수권을 통한 경·공매, 공공임대주택 제공, 금융·세제 및 생계지원 등을 제공한 상태다.
전세보증금을 가능한 최대한 많이 확보해 반환하는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 전세피해자가 가장 원하는 방안이라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박 장관은 "하루 빨리 가능한 많은 금액을 보전 받았으면 좋겠다는 측면에서 지향점이 같은데 근본적으로 빨리 경매 절차를 거쳐서 그걸 통해서 확정하자는 차이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날 국토교통위원회에 소속된 국민의힘 의원들은 입법청문회 일정이 협의되지 않았다는 이유 청문회에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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