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16인이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미국과 세계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25일(이하 현지시간) 경고했다.
이날 로이터, CNBC 등에 따르면 이들 경제학자는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경제 의제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 의제보다 우월하다는 내용의 공동서한에 서명했다.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 공약이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 공약이 미국 내 상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이들은 서한을 통해 “각각의 경제정책에 대한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가 다른 견해를 갖고 있으나, 조 바이든의 경제 정책이 도널드 트럼프의 것보다 훨씬 우수하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미국의 세계 경제적 지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미국 경제에 불안정을 초래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산 수입품에 최소 60~100%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한 상태다.
서한은 “미국인 다수는 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은 눈에 띄게 빠르게 하락해 왔다”면서도 “도널드 트럼프가 재정적으로 무책임한 예산을 통해 이 인플레이션을 다시 촉발할 것이라는 타당한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경제학자들은 “에버코어, 알리안츠,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피터슨연구소 등 중립적 연구 기관들은 도널드 트럼프가 자신의 정책을 성공적으로 시행하면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것으로 예측한다"고 강조했다.
이 서한은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가 주도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유권자들이 경제에 있어서 바이든보다 트럼프를 신뢰한다는 최근의 여론조사를 보고, 서한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CNBC에 말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트럼프가 바이든보다 경제에 더 좋을 것이라고 본다”며 "미국인들은 최소한 신뢰할 수 있는 경제학자들이 매우 강하게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서한이 보내진 타이밍이 미묘하다는 관측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는 27일에 첫 대선 토론에 나설 예정이며, 인플레이션을 포함한 경제 문제가 토론에서 주로 다뤄질 전망이다.
트럼프 측은 이번 서한을 비판했다. 트럼프 선거캠프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은 성명을 내고 "미국인들은 어떤 대통령이 더 많은 돈을 그들의 주머니에 넣어줬는지 알기 위해 현실과 동떨어진 노벨 평화상 수상자들이 말하는 것을 들을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임기 4년 중 3년간 하락한 바 있다.
반면 바이든 선거 캠프는 "최고의 경제학자, 노벨상 수상자, 비즈니스 리더 모두 미국이 트럼프의 위험한 경제 정책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학자들의 입장에 정치적 성향이 녹아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들 경제학자 다수는 지난 2021년에 조 바이든 대통령의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을 지지하는 서한에 서명했던 인물들이다.
당시 대규모 정부 지출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것이라 비판이 일자, 스티글리츠 교수는 “이러한 견해는 근시안적”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는 최근의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인플레이션은 실제로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내려왔다”며 “바이든 덕분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서한에는 스티글리츠 교수를 포함해 조지 애커로프, 앵거스 디턴, 클라우디아 골딘, 올리버 하트, 에릭 매스킨, 대니얼 맥패든, 폴 밀그럼, 로저 마이어슨, 에드먼드 펠프스, 폴 로머, 앨빈 로스, 윌리엄 샤프, 로버트 쉴러, 크리스토퍼 심스, 로버트 윌슨 등이 이 서한에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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