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제국’으로 통하는 세계적인 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70여 개가 넘는 명품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다. LVMH의 시작은 우연한 대화에서 시작됐다. 1970년대 초 미국 뉴욕을 방문한 지금의 LVMH 회장 베르나르 아르노(75)는 뉴욕 택시 기사가 프랑스 대통령 이름은 몰라도, 명품 브랜드 크리스찬 디올(크리스티앙 디오르)은 안다는 사실에 꽂혔다. 이후 그는 40년간 크리스찬 디올을 비롯해 불가리, 셀린느, 펜디, 루이비통 등 굵직한 명품 브랜드를 대거 사들였다.
'캐시미어 입은 늑대’ 과감한 인수로 명품 시장 장악
아르노 회장은 25일(현지시간) 공개된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매일 아침 출근하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8시 30분에 퇴근한다.아르노는 세계 부호 1위 자리를 두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항상 다투곤 한다. 6월 중순 기준으로 그의 자산은 약 2000억 달러(약 278조원)에 달했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은퇴할 생각이 없다. 최근 LVMH는 CEO 은퇴 연령을 75세에서 80세로 높였다. 매주 토요일 아침이면 경호원과 자녀들을 이끌고 파리 곳곳의 LVMH의 브랜드숍을 둘러본 후 수정 사항을 문자 메시지나 이메일로 경영진에 보낸다.
40년간 아르노는 주요 명품 기업들을 잇따라 인수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웠다. 유럽 명품 시장에서 그는 '캐시미어 입은 늑대‘로 통했다. 공격적인 인수 후 수천명의 노동자를 해고하는 등 누구보다 미국적인 인수 및 경영 스타일로 비판을 받았다.
아르노는 프랑스 북부 루베에서 자랐다. 어머니는 약사였고, 아버지는 아르노 외가 소유의 건설 회사를 경영했다. 그는 어린 시절 피아니스트를 꿈꿨지만 재능이 부족했다. 프랑스의 주요 공과대학 중 하나인 에콜 폴리테크니크에서 공학 학위를 취득한 후 아버지를 도와 부동산 사업에 집중했다.
그러나 그의 운명은 우연한 대화로 바뀌었다. 1970년대 초 미국 뉴욕의 택시 기사에게 프랑스 대통령 이름을 아는지 묻자, “크리스티앙 디오르라는 이름만 안다”는 대답에서 명품 시장의 미래를 봤다.
그는 1984년 디올의 모기업이었던 부삭 그룹이 파산하자, 이 회사를 인수한 후 디올과 백화점 사업 부문을 제외한 나머지는 매각했다. 노동자 수천명도 해고했다. 이로 인해 프랑스 언론은 그를 ‘터미네이터’라고 칭했다. 그러나 그의 잔혹한 경영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당시 매장 3곳에서 9000만 유로 상당의 매출을 올리던 디올은 지난해 기준 매장 수 439개, 매출은 95억 유로로 급성장했다.
그는 이후 루이비통, 겔랑, 셀린느, 세포라, 티파니 등을 사들이는 공격적 인수로 명품 시장을 뒤흔들었다.
괴짜 영입·유명인 기용·중국 진출에 급성장
아르노는 괴짜 디자이너를 영입하고 유명인을 홍보에 활용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1995년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디올의 양가죽 핸드백을 들고 찍은 사진이 인기를 끌자, 아르노는 이 핸드백에 ‘레이디 디올’이란 이름을 붙여 대박을 터뜨렸다. 가방 브랜드였던 루이비통에는 기성복 라인을 추가했고, 반대를 무릅쓰며 괴짜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를 지방시와 디올에 기용했다. 가격 인상 정책도 펼쳤다. LVMH 인수 후 티파니의 콩 모양 펜던트 가격은 두 배로 올랐다. 중국 진출도 성공 요인이다. 1992년 중국을 첫 방문한 그는 베이징 팰리스 호텔 지하에 루이비통 매장을 열었다. 아르노는 “그때는 자동차도 건물도 없었다. 하물며 호텔에는 뜨거운 물도 없었다”며 거리의 사람 대부분이 마오쩌둥과 비슷한 옷을 입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현재 중국은 미국에 이어 LVMH의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중국 본토에만 54개의 루이비통 매장이 있다.
세계 경제 성장도 명품 시장 확대로 이어졌다. 1995년 420명이었던 억만장자 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2500명에 달한다. 백만장자도 급증했다.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확대로 10대들의 명품 시장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아르노는 명품 사업 외에도 수십억 달러 상당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LVMH는 건물을 사들일 때 자사 브랜드에 알맞은 경쟁사의 매장을 택한 후 임대 계약이 만료되면 경쟁사에 퇴거를 명령한다. 이로 인해 LVMH가 명품 시장을 독점하려 한다는 비난도 상당하다.
이러한 비난을 피하기 위해 아르노는 올해 열리는 2024 파리올림픽을 후원하고 나섰다. LVMH는 올림픽 메달을 비롯해 프랑스 선수들의 유니폼을 디자인했다.
시장의 최대 관심은 승계 문제다. 아르노는 두 번의 결혼을 통해 5명의 자녀를 뒀다. 그는 “그룹에서 일하는 가족 다섯명이 있다. 이 중 하나가 장악할 능력이 있는지 지켜봅시다”라고 유쾌하게 말했다. 아울러 “2024년 경제는 아마 2023년보다 좋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내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2030년이다. 우리의 모든 계획이 여기에 맞춰져 있다”며 명품 소비 위축을 우려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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