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가 대학가를 덮쳤다. 대학가 일대 빌라가 밀집해 있는 서울 관악구, 동대문구, 신촌 일대에서 전세사기 피해가 속출하며 사회 초년생들을 눈물짓게 하고 있다. 피해자 규모, 피해금액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4월엔 서울 동대문 대학가에서 100명에 가까운 전세사기 피해자가 발생한 데 이어 신촌 대학가에선 한 임대인이 100억원에 달하는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발생한 전세사기는 2년이 지난 현재까지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채 사회 초년생을 노리고 있다. 사기 수법은 점차 다양하고 치밀해지고 있다. 이에 피해자의 연령층은 더욱 낮아지고 있다. 전세보증금을 노리는 사기꾼들이 더 쉬운 먹잇감을 찾아 대학가를 파고들면서 피해 주연령층은 사회 초년생인 20~30대다. 사기꾼들의 타깃이 되지 않고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전세사기의 유형과 수법을 미리 숙지하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에 깡통전세 비중이 높은 서울 강서구가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우리은행과 함께 최근 발간한 '전세사기 피해자 40명의 사례집'에 소개된 상황별 대처방안을 살펴봤다.
◆알고 보니 조직적 공모..."여러 공인중개소 방문해야"
임대인 A씨와 공인중개사 B씨는 오랫동안 거래를 이어오며 친분을 유지했다. 공인중개사 B씨는 전세 집을 찾던 C씨에게 "B씨는 의무적으로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보험을 가입해야 하는 임대사업자이기 때문에 전세보증금 반환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이사비나 전세 대출이자까지 지원해 준다"고 설득했다.
이후 임차인 C씨와 임대인 A씨는 B씨의 공인중개소에서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계약 후 2개월 뒤 집주인이 D씨로 갑자기 변경됐다는 점이다. 또 계약 만료 3개월 전이 돼서야 뒤늦게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사실을 알아차렸다.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매매 계약일은 임대차 계약일보다 먼저였으나 등기만 늦게 등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집은 결국 경매로 넘어갔다. 임대인, 공인중개사, 새 집주인 모두 조직적으로 공모해 임차인을 속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공인중개사와 임대인이 짜고 조직적으로 공모한 세력에 의해 사기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다수의 공인중개소를 방문해 시세, 계약사항 등을 살펴봐야 한다.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을 활용해 개업공인중개사의 등록 여부와 실거래가 동향 등을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 이사비, 전세대출 이자 등을 지원한다는 임대인들의 속임수에 현혹되면 안 된다.
또 부동산 매매 계약을 체결한 후 60일 안에 매도인과 매수인이 함께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해야 한다. 하지만 매매 계약을 체결한 뒤 부동산 소유권 이전 등기 신청 이전에 임대차 계약을 맺을 경우 등기부등본상 실소유주를 파악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럴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안심전세' 앱을 통해 등기부등본 변경사항이 생기면 알림을 받을 수 있게 신청하거나, 주기적으로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임대인 변경 여부를 살필 필요가 있다.
임대인이 변경되었으나 임차인이 임대인 변경 계약 승계를 원하지 않을 경우 임차인은 주택의 양도 사실을 안 날로부터 상당한 기일 이내에 이의를 제기,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고 종전 임대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임대차 계약서상 '임대차 계약 승계 매매 동의 특약'이 있다면 계약 해지 요청을 할 수 없으니 계약 체결 시 유의해야 한다.
◆계약 당시 계약서에 신탁등기?..."신탁원부 살펴야"
임차인 D씨는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 임대인 E씨와 전세계약을 맺었다. 계약 당시 계약서에는 신탁등기로 표시돼 있었다. 신탁등기는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이 일정 금액의 신탁보수를 지불하고, 해당 부동산의 관리, 처분 등을 부동산 신탁회사에 위탁, 대내·외적으로 신탁 부동산의 소유권은 수탁자인 신탁회사에 모두 이전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임대인 E씨의 대리인이 "신탁돼 있는 부동산은 원소유자와 계약하면 된다고 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임차인을 안심시켰다.
임차인은 임대인의 대리인 말만 믿고 계약을 체결한 뒤 부동산 원소유자에게 전세보증금을 지급했다.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신고까지 마친 후 거주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임차인 D씨는 강서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으로부터 "부동산 원소유자가 신탁사의 동의 없이 임대차 계약을 맺어 보증금을 편취했다"고 신고한 사실을 듣게 됐다. 임차인은 불법 점유자가 돼 집에서 퇴거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강서구는 피해 사례집을 통해 "신탁사기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신탁등기된 부동산을 임차하려고 할 때는 반드시 신탁원부를 발급받아, 위탁자가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지를 우선 확인해야 한다"며 "또 위탁자가 수탁자의 동의를 받아 계약하는 것인지, 수탁자 동의서 등의 서류가 위조되지는 않았는지 등에도 각별히 주의하여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강서구는 원칙적으로 신탁회사로 소유권이 이전등기된 부동산에 관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려면 수탁자인 신탁회사와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위탁자인 원소유자가 신탁회사와 우선수익자 등의 승낙(수탁자 및 우선수익자 동의서 첨부)을 얻어 임차인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에도 '신탁원부상 임대차보증금은 위탁자에게 지급한다'는 별도의 조항이 없다면 임대차 보증금은 수탁자인 신탁회사에 지급해야 한다는 점을 미리 숙지하는 게 좋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