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 현대차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이 정체불명의 내용이 담긴 지라시(정보지) 확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확산한 '파운드리 반도체 대량 결함·폐기설'로 인해 개장 직후 주가가 8만원 선이 무너졌다.
삼성전자는 "사실무근"이라며 사태 수습에 나섰으나, 개장 전 이 같은 내용이 보도되면서 삼성전자의 주가는 개장 직후 8만원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여의도 증권가를 중심으로 돈 지라시에는 "삼성전자 웨이퍼뱅크 내에서 사고가 발생해 웨이퍼 20만장 전량 폐기를 검토 중이며 피해 규모는 1조원"이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 측은 "24일 웨이퍼 제작 과정에서 수십장의 불량이 나와 폐기한 적은 있지만, 이는 생산라인에서 흔히 있는 통상적인 수준"이라며 "(지라시는) 근거 없는 괴담"이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지난 2021년 미국 텍사스주의 폭설로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가동이 중단됐을 당시에도 피해 규모는 웨이퍼 총 7만1000장 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20만장 폐기는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설명이다.
지난달에는 로이터통신이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의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발열과 전력 소비 등이 문제가 돼 미국 엔비디아의 테스트를 아직 통과하지 못했다고 보도하면서 당일 주가가 3% 넘게 떨어지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들과 HBM 공급을 위한 테스트를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적극 반박했으나 주가에 반영되지는 못했다.
이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이달 초 대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삼성전자의 HBM 인증 테스트 실패설에 대해 "아니다"라며 "(테스트가) 아직 끝나지 않았을 뿐이며,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하면서 이 같은 우려는 다소 해소된 상태다.
대규모 리밸런싱(재조정) 작업을 진행 중인 SK그룹도 지라시성 보도에 크게 시달리고 있다.
최태원 회장의 '서든데스(돌연사)' 경고 이후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의 주도로 그룹 전반의 중복 사업 정리와 유동성 확보 등을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아직 확정되지 않은 안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와 지라시 등을 통해 확산되고 일부 언론에 보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계열사간 합병 추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구성원의 동요도 큰 상태다.
적자의 늪에 빠진 SK온을 살리기 위해 알짜 기업인 SK엔무브와 합병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알려지며 SK엔무브 직원들이 크게 반발했고, 최근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간 합병 추진설을 놓고도 SK E&S 직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SK E&S와의 합병 추진설이 보도된 SK이노베이션의 경우 당일 주가가 장중 한때 20% 넘게 급등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14일에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건강 이상설이 퍼지면서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 등 일부 종목의 주가가 급등했다.
현대차그룹의 출자 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데 현대모비스는 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의 지분을 21.64% 보유하고 있어 지배구조상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장중 정 명예회장의 사망설이 유포되면서 주가 변동 폭이 커지자 이 같은 풍문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공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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