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책이 과학에 근거하고 미래지향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강대희 한국미래의료혁신연구회 초대 회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이번 의·정 갈등을 계기로 관련 정책도 달라져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래의료 핵심 단어로는 예방·예측·맞춤·참여를 꼽았다. 실제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의료산업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AI가 결합한 미래의료는 진단 정확성과 맞춤형 치료, 질병 예측·예방 등의 측면에서 월등히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코로나19 시절 '원격진료(비대면진료)'를 잠시나마 경험했던 만큼 미래의료에 대한 전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음은 강 회장과 일문일답.
-미래의료가 무엇인가.
"미래의료에선 4P가 중요하다, 예방(Preventive)·예측(Predictive)·맞춤(Personalized)·참여(Participatory)다.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의 질병명은 자폐스펙트럼장애(ASD)인데 제가 의과대학을 다닐 땐 없던 질병이다. 질병의 정의가 시간이 흘러 바뀐 것이다. 최근 질병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누지 않고 ASD나 경계성 고혈압 등 스펙트럼으로 바라본다. 미래의료는 치료보다 예방이, 일회성 치료보다는 연속적인 보살핌이 중요해졌다."
-한국의 미래의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나.
"이번 의료대란을 계기로 의료정책이 과학에 근거하고 미래지향적으로 바뀌면 좋겠다. 글로벌 의료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역량을 쌓아가는 토대를 만들어 가야 한다. 미래의료는 원격진료와 홈 클리닉, 재택의료, 환자 참여가 키워드가 될 것이다. 따라서 웨어러블 디바이스나 의료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의료를 잘 준비해야 될 것이다."
-일부 의사단체가 안전성 등을 이유로 원격(비대면)진료를 반대한다.
"코로나19 시기 3500만건 이상이 비대면으로 진료를 받았는데 위중한 사례는 10건도 안 됐다. 미국은 전체 의료의 30% 이상이 비대면으로 이뤄진다. 이번 의료대란에서도 보듯이 아무리 대우를 잘해줘도 좋은 의사들이 지방에 가지 않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원격의료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정부가 의료계 우려를 잘 경청해서 좋은 정책을 만들길 바란다."
-지역의 필수의료 문제를 미래의료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문제 해결의 핵심은 지역에서 빅5 병원 수준의 진료가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중요하다. 지난해 서울대 의대가 지역의료혁신센터를 설립했지만 정부 지원이 없으면 지역 필수의료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어렵다. 원격의료 제도나 방문간호사 제도를 더욱 촘촘하게 활성화해야 한다. 지역 어르신들이 가까운 스마트 경로당에서 진료를 볼 수 있게 한다든가, 자택에서 치료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미래의료에 맞는 인재는 무엇인가.
"미래의료를 준비하는 의사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협업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미래엔 의사들간 소통만이 아니라 간호사·약사·심리치료사 등 동종 업종의 전문가들간 교류도 확장될 것으로 전망한다."
-인재 양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서울의대는 2016년 이종욱 의학교육 과정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과목을 많이 도입했다. 의사의 사회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환자-의사-사회', 의사과학자로서의 역량을 키우는 의학연구과정을 예과 때부터 본과 4학년까지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동종 업종 전문가들과의 협업의 기초가 되는 '의료커뮤니케이션(소통)'도 강조한다."
-한국미래의료혁신연구회 공동회장으로서 목표는 무엇인가.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모여 한국을 대표하는 민간의료 싱크탱크가 되고자 한다. 우리나라 의료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불과 100년도 안되는 사이에 눈부시게 발전했다. 전적으로 훌륭한 인재들의 땀과 노력의 결실이다. 이런 K-의료를 세계로 널리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빠르게 경제가 발전하고 있는 인도네시아·베트남과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한국 의료의 도입을 절실히 바라고 있다.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이 의료와 IT를 접목한 융합의료기술을 더욱 발전시키고자 한다."
◆강대희 회장=1962년 서울 출생.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예방의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환경보건과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6년부터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미래의료혁신연구회와 한국원격의료학회장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해 서울의대 지역의료혁신센터를 설립해 부산·전북 등에서 바이오헬스정책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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