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헌재는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친족상도례를 규정한 형법 328조 1항에 대한 위헌 확인 소송 4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헌재는 "심판 대상 조항은 형사 피해자가 법관에게 적절한 형벌권을 행사해 줄 것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한다"며 "입법재량을 명백히 일탈해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불공정한 것으로서 형사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다"고 설명했다.
형법 328조 1항은 직계혈족(부모·자식)이나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등 사이에서 벌어진 절도 사기·횡령·배임 등 재산 범죄를 처벌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가까운 친족 사이에는 재산을 공동으로 관리하고 쓰는 사례가 많아 친족 간 재산범죄에 대해선 가족 내부 결정을 존중해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에서 1953년 형법 제정과 함께 도입됐다.
그러나 사회 변화와 함께 친족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친족 간 재산범죄가 증가하면서 현실에 맞게 손질하거나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날 대법원은 이득액이 50억원이 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죄, 폭행이나 협박을 동반한 공갈이나 흉기를 든 특수절도 범죄 등까지 친족상도례를 통한 가족 내의 손해 회복과 용서가 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장애인이나 미성년자에 대해서도 일률적으로 이 조항을 적용한 것을 언급하면서 "가족과 친족 사회 내에서 취약한 지위에 있는 구성원에 대한 경제적 착취를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염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근 개그맨 박수홍, 전 골프선수 박세리 박세리희망재단 이사장 등이 가족 간 재산 분쟁으로 고통을 겪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대착오적 법 조항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날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해당 조항 적용은 중지되고 내년 12월 31일까지 국회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효력이 상실된다.
다만 헌재는 직계혈족·배우자·동거친족·동거가족을 제외한 친족이 저지른 재산 범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정한 328조 2항은 합헌으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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