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의 특징 중 하나로 도파민 사회라는 말이 있다. '쾌락 호르몬'이라고도 불리는 도파민은 사람들이 즐거움과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신경전달물질로, 우리 삶을 한층 풍요롭게 해준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듯 과도하게 도파민을 찾다 보면 오히려 삶에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손쉽게 도파민을 찾으려 하다 보니 마약, 도박 등 자극적 매개체에 의존하게 마련이고 결국 그 매개체 없이는 삶을 영위하기 어려운 중독 문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년간 다양한 중독 환자들을 치료해 온 국내 중독 치료 권위자인 최삼욱 진심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아주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도박, 마약과 같은 중독 문제가 우리 사회에 빠르게 퍼지고 있는 가운데 국가 차원의 대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문: 도박 중독이 무엇인지 설명 부탁한다.
도박이라는 행위를 통해서 우리 뇌의 보상 체계가 바뀌고, 그래서 똑같은 중독 현상이 생기는 걸 말한다. 중독 현상이라는 건 조절이 안 되는 것이다. 도박 중독이 생기면 내가 안 하겠다고 결심을 해도 자꾸 도박을 반복하고, 점점 문제가 생기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도박 충동이 생기고 그 행위를 반복하면서 피해가 생긴다.
감당이 안 될 정도의 부채가 늘어난다든지, 거짓말로 가족 간의 신뢰가 깨진다든지, 법적 문제가 생긴다든지, 회사나 진로에 지장이 큰 어려움이 생긴다든지 이런 부정적 결과가 생기는데도 불구하고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 자체. 이것을 도박 중독이라 한다. 점점 장기화되고 만성화되고 반복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문: 한국 성인 237만 명이 도박 중독으로 추정된다고 정부(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발표가 있었다. 현장에서 많이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데 국내 도박 중독 상황이 어떤가?
답: 그 통계가 좀 문제가 있다. 2006년 '바다 이야기 사건'이 국가적 문제가 된 다음에 2007년도에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만들어졌다. 그때부터 (도박 중독) 유병률 조사를 매년 하게 돼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합법 도박을 대상으로 유병률 조사를 할 수 밖에 없다. 불법을 대상으로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230만 명 정도 나온 수치는 합법 도박 유병률이다.
실제 더 많은 것은 치료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95%는 불법 도박이다. 실제로는 (불법 도박이) 훨씬 많고, 몇 배 이상 될 것이다. 이 숫자(237만명)도 굉장히 높은편이고, 다른 나라의 두세 배 된다. 그럼에도 실제로는 불법 도박이 (훨씬) 횡행하고 있고, 그들이 대부분이다.
두 번째로는 20년 정도 (도박중독 치료를) 했는데 연령대가 점점 내려온다. 옛날에는 거의 50~60대였다면 이후 30~40대, 지금은 중학교 학생들부터 한다. 연령대가 청소년 때부터 노출된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양상이 확 달라졌다.
그래서 불법 도박도 온라인 도박을 통해서 하고, 연령도 낮아졌고 해서 유병률이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본다. 발병률은 훨씬 더 높지만 불법 시장을 다 통계를 낼 수가 없다는 한계가 있다.
문: 도박 중독에 빠지는 원인은 무엇인가?
답: 간단하게 얘기하면 개인적 측면과 환경인 측면, 또 도박 자체의 특성이 있다. 도박의 특성이 불확실성이 있고 간헐적 보상을 주고 즉각적 보상을 주기 때문에 도박이 재미가 있고, 굉장히 중독성이 강한 특성을 이미 가지고 있다.
또 개인적 특성이 있다. 그 (도박 중독) 사람들의 특징은 대부분 자극 추구 성향이 있다고 본다. 충동적이고 급하고 새로운 것 좋아하고 자기 마음대로 하는 걸 좋아하고 그런 특성들이다. 이런 성향이 있는 사람들이 도박을 만나면 (도박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고, 사회적 환경도 무시 못한다. 그래서 (도박)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유병률이 올라가는 원인이 된다.
문: 국내외에서 유명인들이 도박 사건에 연루됐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성공한 사람들이 왜 도박 중독에 빠지나 하는 의문도 있다.
답: 그건 도박 중독의 본질을 모르는 것이다. 도박은 사실 돈 벌려고 하는 게 아니다. 처음에 호기심으로 시작을 하지만 중독으로 넘어가면 (더 이상) 돈 때문에 하는 행동이 아니다. 돈은 중요한 보상이기는 하지만 사실은 잃어도 (도박을) 하고, 따도 하게 된다. 따는 경우에는 또 딸 것 같으니까 하고, 잃으면 본전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 이미 돈하고 상관이 없다. 기대감으로 하게 된다. 딸 것에 대한 기대감. 돈을 벌려고 했으면 부자들의 경우, 돈이 있는데 굳이 이걸 할 필요가 없다. 쾌감 때문에 하는 것이다.
그래서 (도박 중독은) 뇌의 도파민 시스템이 완전히 변하기 때문에, 한 번 도박을 통해 쾌감을 경험해서 그것을 또 얻고 싶은 우리 뇌 보상 체계의 변화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돈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다.
문: 비트코인, 주식 등에 크게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봤다는 얘기도 많이 들린다. 이러한 것도 도박 중독과 연관이 있나?
답: 그것들 자체가 도박은 아니다. 도박 중독은 행위에 대한 문제이다. 내가 그 대상에 대해 어떻게 행동했느냐, 그것에 따라서 중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투자처럼 행동을 했으면 투자가 되는 거고, 도박의 행위처럼 했으면 도박이 되는 것이다. 결과론이 중요한 게 아니라 행동 자체가 초점이 되는 것이다.
문: 도박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답: (도박 중독자들은) 병 자체가 심각해지는데 처음에는 별로 치료 받을 생각을 안한다. 치료를 본인이 스스로 받으려고 하는 경우는 매우 적기 때문에 가족이 인지를 하게 되면 가족들이 치료를 권유를 하는 게 일단 필요하다.
그 다음에 국가에서 운영하는 도박관리센터(1336)가 있다. 또 도박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을 찾아 상담을 먼저 해야 한다. 혼자서 해결이 잘 안 되기 때문에 그래서 상담을 해야 하고, 인지행동치료라는 게 있다. 이것을 통해 돈 관리를 어떻게 하고, 왜곡된 생각을 어떻게 바꾸고, 지금 현재 잘못된 보상 체계를 어떻게 바꾸는 지에 대한 인지적 및 행동적 접근을 통해 개선을 해야 한다.
자조 모임도 있다. GA(익명의 도박 중독자)와 같은 자조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회복하는 사람들의 모델을 쫓아가는 방식이 있고, 또 충동을 조절하는 약물 치료 같은 것도 일부 도움이 될 수가 있다.
문: 도박 중독은 손을 자르면 발로도 한다는 얘기도 있을 만큼 치료가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말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답: 불가능하지는 않고 어렵다. 사실 우리나라에 (도박 중독) 치료 기관이 들어온 지가 얼마 안 됐다. 2001년도에 처음 우리나라 병원이 도박 치료를 시작해서 불과 20년 밖에 안됐고, 지금도 도박 치료 병원이 몇 개가 없다.
옛날에도 동네 화투라든지 여러 가지 가지 (도박) 문제점들이 있었지만 치료 개념이 없던 시대에 그런 얘기가 나왔다. 지금도 (환경이) 한계가 있지만 그때와는 비교가 안된다. 치료에 열심히 참여하면 불가능하거나 치료가 안 되는 병은 아닌데 자꾸 재발하는 만성병인 것은 맞다. 만성병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문: 주변에 도박 중독자가 있을 경우 도울 방법이 있나
답: 치료 권유가 중요하고, 가족이라면 빨리 빚을 갚아주는 걸 안 해야 한다. (빚을 갚아주면) 문제가 빨리 해결될 것 같지만 더 빨리 재발한다. 대리 변제 등을 급하게 할 게 아니고, 가족들이 같이 공부를 해야 한다. 어떤 병이고 어떻게 도와줘야 되는지, 이런 것들에 대해 전문적으로 가족들도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문: 불법 도박이 많이 퍼져 있는 상황에서 국가적, 제도적으로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
답: 국가에서도 심각한 걸 알고 있다. 사실 도박 이슈는 옛날부터 있었고, 시사 프로그램에서도 다 돌아가면서 한번씩 다 일회성으로 다뤘다. 하지만 국가에서 신경을 쓴다고 하고 있지만, 불법 도박을 감당을 못하고 있다. 제대로 법적으로 적발하고 완전히 뿌리 뽑는 데는 한계가 너무 뚜렷하다. 서버가 외국에 있어서 잡기가 쉽지는 않은 문제들도 있고, 중학교 심지어 초등학교 학생들에게까지 번지고 있다. 그래서 이 부분을 뿌리 뽑지 않으면 점점 심각해지는 건 너무 명확하고, 거기서부터 해결하지 않으면 어려울 것이다.
수요 쪽에서는 아이들 대상 예방 교육이 이제 정말 중요하다. 입시 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 중독 예방, 지금 중독이 도박뿐만 아니라 술, 담배는 기본이고 마약까지도 점점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통합 중독 예방 교육이 학교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이미 이제 많이 퍼져서, 예방 교육뿐만 아니라 치료적인 개입까지도 필요할 것 같다.
그 다음에 중요한 게 국가 부처인데, 지금 보건복지부가 (중독 관련해서) 하는 게 별로 없다. 예산도 별로 없고 인력도 터무니없이 적다. 요즘 필수 의료 얘기 나오는데, 사실 이런 중독 문제도 필수 의료이다. 이런 구체적인 시스템이 안 바뀌면 이 문제는 계속될 것이다.
문: 도박 중독 외에 다른 중독 환자들도 진료하고 있는데, 국내에서 또 심각한 중독 문제는 무엇인가?
답: 마약 문제가 점점 많이 심해질 것이다. 연령이 낮아지고, 또 온라인으로 텔레그램 등을 통해 공급이 쉬워지고 해외에서 유입되는 것도 많다. 그분(마약 중독자)들도 마찬가지인데 법적인 문제가 생기기 전에 오는 분이 매우 드물다. 자발적으로 오는 경우가 일부 있는데, 법적인 문제가 생겨서 오는 경우도 꽤 많다. 어쨌든 마약이든 도박이든 법적인 문제가 생긴 다음이라도 치료를 할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래서 그 기회를 놓치면 안 되고 성 중독도 되게 많아졌다. 요즘 몰카라든지, 성 도착 형태의 성 중독 등이 굉장히 많아졌다. 그런 경우도 마찬가지로 자발적으로 치료를 잘 안 받고 법적인 문제가 생긴 다음에야 한다.
<최삼욱 원장 약력>
정신과 전문의
의학 박사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외래 교수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및 석사
울산의대 의학박사
서울아산병원 인턴, 정신과 전공의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전임의
성안드레아신경정신병원 과장, 중독센터장
울산대학병원 정신과 조교수
을지대학교 중독재활복지학과 학과장
강남을지병원 중독연구소 소장
※ 도박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나 가족·지인들은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헬프라인(전화번호 1336), 한국단도박모임 사무국(전화번호: 02 521 2141) 등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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