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가 은행업 진출을 위해 시중은행과 손을 잡거나 인터넷은행 주주로 올라서기 위한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험사도 통장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금융당국의 종합지급결제업(종지업) 제도 도입이 지연되면서 우회로를 찾는 모습이다. 다만 당국이 해당 논의를 미루는 사이, 금융권의 불필요한 중복 경쟁 논란도 일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삼성생명·화재·카드·증권) 공동브랜드인 삼성금융네트웍스는 최근 KB국민은행과 업무협약을 체결, 자사 통합 앱인 ‘모니모’ 회원 전용 파킹통장 출시를 결정했다. 이 통장을 이용해 삼성카드의 결제 대금을 이체하거나, 삼성생명·화재 보험료 납입을 하는 등 모니모와의 연계 실적에 비례, 우대금리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한화생명은 지난달 해외 은행업 진출에 나서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리포(Lippo)손해보험을 인수한 데 이어 리포그룹이 운영 중인 노부은행 주식 40%를 사들였다. 현대해상은 핀테크 기업들이 참여하는 '유뱅크' 초기 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제4인터넷은행을 노리는 유뱅크 컨소시엄은 소상공인 등 금융 소외계층에 대한 포용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보험권이 직접적인 은행업 진출을 하지 않고 연합전선을 구축, 우회로를 택한 이유에는 금융당국의 종지업 논의가 교착상태에 빠진 영향이 크다. 지급결제업무는 고객에게 계좌를 발급해 고객 돈을 직접 보관하고 관리·이체할 수 있도록 하는 업무다. 그간 지급결제 허용은 은행과 비은행 간 경계 영역을 허물어 금융권 경쟁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핵심으로 여겨져왔다. 지난해 당국이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작업을 통해 해당 논의가 이뤄질 때만 해도 '삼성은행' 같은 메가뱅크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존재했다. 그러나 비은행권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당국이 최종 결론을 내리지 않았고, 이후 해당 논의가 수 개월째 지지부진한 상태다.
당국의 종지업 논의 뒷짐에 금융권의 불필요한 중복 경쟁이 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삼성금융네트웍스와 KB국민은행 협업의 경우, KB금융이 이미 은행·생명보험·손해보험·카드·증권사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과 협업 시 기존 KB금융 계열사들의 사업들과 중복될 수 있다는 견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들과 일반 보험업권과의 협업이 가속화될 경우 금융권의 불필요한 중복 경쟁이 일 수 있는 만큼, 당국의 '비은행권 지급결제'에 대한 전향적 논의가 다시 이뤄져 금융권의 생산적 경쟁이 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