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상반기까지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호조를 보인 가운데 증권가는 하반기 추가 상승할지에 대해 중립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6~7월에 강세가 나타나는 ‘서머랠리’(Summer Rally)에 대해서도 다소 회의적인 반응이다.
지난달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연초(2669.81) 대비 118.01포인트(4.42%) 오른 2787.82를 기록했다.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우상향한 코스피는 2800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다만 반도체가 주도했던 오름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을 이끌고 있는 미국 테크(Tech)와 국내 반도체의 주가 상승세가 주춤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이미 높아졌고, 전년 대비 이익 증가율 정점 통과 우려도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시가총액 비중으로 보면 역사적 고점 수준”이라며 “반도체 업종의 주가 저점은 이익 증가율 저점과 일치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본격적인 주가 하락은 영업이익률 하락 전환 시 시작된다”고 덧붙였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에는 업황 수혜보다는 기업 내재가치를 중심으로 종목별 투자 모멘텀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반기를 주도했던 업종의 상승 동력이 불확실해진 가운데 주목받지 못했던 업종이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업황 불황 등으로 소외됐던 종목보다는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종목과 차선호주를 중심으로 시장이 흘러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7~10월까지 고배당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회복되는 계절적 요인을 감안하면 국내 기업들의 자기회사주식 매입 및 소각이 활발한 기업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기업 자사주 매입 규모는 5조1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2% 증가했다. 소각 금액은 7조1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281% 급증했다.
올 상반기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규모가 큰 상위 5개사는 메리츠금융지주(1조3514억원), 기아(7322억원), 신한지주(5620억원), KT&G(3174억원), KB금융(3167억원) 등 대부분 금융지주가 차지했다.
이재만 연구원은 “올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로 고배당주 주가 수익률이 과거에 비해 높은 편”이라며 “배당이라는 전통적인 주주환원정책에서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라는 선진국형 주주환원정책의 정착 가능성을 보여주는 변화가 감지된다”고 말했다.
또한 7월 국내 시장에서 기계, 중국 소비주 등도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기계 업종 수주 모멘텀은 2027년까지 반영 중이다. 실적도 2026년까지 상승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장기 이익성장 모멘텀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장기적인 상승추세 전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도 “다만 올해 분기별 이익 측면에서는 2분기가 고점이고, 최근 급등으로 인한 단기적인 부담이 클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소비주의 경우 6월에 고점을 기록한 후 변동성이 부각됐다. 앞서 4월 순환매로 인해 자금이 몰려 반등하기 시작한 중국 소비주는 5월에 실적호조가 맞물려 추가 상승했다.
이 연구원은 “중국 소비주는 단기적인 가격 메리트와 1분기 실적 서프라이즈 영향으로 강세를 보였다”며 “내수주, 중국 소비주 급반등이 추세 반전의 시작일 수 있지만 추세변화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내 증시는 대내적인 이슈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의 대선 레이스 등 미국발 이슈에 투심이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단, 2분기 국내 상장사들의 실적 컨센서스(예상치)가 긍정적으로 형성될 경우 종목별 모멘텀 기대감은 유효한 상황이다. 특히 수출주에 대한 전망이 장밋빛이다.
이경민 연구원은 “강달러와 수출호조로 전체적으로 수출액이 증가해 2분기 수출주 실적이 양호할 전망”이라며 “올 2분기 주요수출품목은 전년동기 대비 13.1% 상승했고 전분기 대비 3.8%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코스피 기업 매출의 약 40%는 수출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코스피 실적은 수출과 상관관계가 높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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