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율주행차 개발 지원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전기차를 둘러싸고 서방과의 갈등이 지속되면서,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통해 자국 전기차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앞서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차가 중국 내 일부 도로에서 시범 주행할 수 있도록 비야디(BYD) 등 기업들에 면허를 발급한 데 이어 이번에는 수도 베이징이 자율주행 규제 마련에 나섰다.
1일 베이징 일간지 신징바오에 따르면 베이징시 경제·정보화국은 전날 홈페이지를 통해 ‘베이징시 자율주행차 조례’를 공포하고, 의견 수렴 기간을 갖는다고 밝혔다.
베이징시 경제·정보화국은 “자율주행차에 대한 연구·개발(R&D)을 적극 지원해 산업 사슬의 전면적인 발전을 촉진하고, 자율주행차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베이징시 자율주행차 조례는 R&D 혁신, 산업 사슬 발전 추진, 테스트 평가 및 인증 역량 구축, 표준 제정, 데이터 응용 등 6장으로 구성됐다.
서방 진영이 중국 전기차의 과잉생산을 지적하며 관세 장벽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최근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서방의 공격에 단기적으로는 '보복 관세'로 대응하고, 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기술을 통해 중국 전기차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앞서 중국공업정보화부 등 4개 부처도 지난달 초 비야디, 니오, 창안자동차 등 9개 기업에 대해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 등 7개 도시 내 각 기업별로 정해진 도로에서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기술을 테스트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중국이 레벨3 이상 자율주행기술 테스트를 승인한 것은 처음이다.
자율주행은 레벨0(자동화 기능 없음)~레벨5(모든 상황에서 운전자 개입 불필요) 등 6단계로 나뉘는데, 레벨3부터는 본격적 자율주행으로 구분되며 이 등급부터는 운전자가 손과 발을 떼고 전방주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 현재 중국에서 양산형 모델에 탑재되는 최고 등급은 레벨3보다 한 단계 낮은 레벨2(보조 주행)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무역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자율주행 등 미래 경제 성장을 뒷받침할 새로운 영역을 모색하고 있다”고 짚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중국이 테슬라에도 자율주행 테스트를 승인했다는 것이다. 차이신에 따르면 상하이시는 테슬라가 시내 자율주행 시범구에서 완전자율주행(FSD) 시스템을 테스트할 수 있도록 면허를 발급했다.
이는 테슬라라는 대형 메기의 투입 이후 중국 전기차 시장이 급속도로 발전했던 과거를 연상케 한다. 2018년 중국 정부가 테슬라에 상하이 공장 설립을 승인한 이후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테슬라의 기술을 따라잡기 위한 속도전을 펼쳤고, 그렇게 현재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으로 우뚝 선 비야디가 탄생했다.
중국 국내 시장 경쟁 심화로 중국 기업들도 자율주행 기술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승용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2월 레벨2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차량의 가동률은 62.5%로 지난해 같은 기간 55.3% 대비 크게 증가했다.
앞서 화웨이도 레벨3급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진위즈 화웨이 스마트카솔루션(IAS) 사업부 최고경영자(CEO)는 “자율주행 기술은 L2 단계에서 너무 오랫동안 진전이 없었다”면서 “L3 단계 자율주행기술은 이미 고속도로 등 상황에서의 응용이 성숙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빨리 상용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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