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은의 IT 돋보기] 라인야후 '자본관계 재검토' 제외...네이버 진짜 위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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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은 기자
입력 2024-07-0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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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인, 총무성 제출 보고서에 네이버 지분 매각 미포함

  • '탈네이버 가속'에 네이버 수천억대 매출 타격 불가피

  • 소뱅과 '가격 흥정'이 관건…"최고 프리미엄 반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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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국민 메신저' 플랫폼 라인 운영사인 라인야후가 1일 총무성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국내외 초미의 관심사였던 '자본관계 재검토'는 제외했다. 그럼에도 네이버가 제2의 카카오를 꿈꾸며 십수년간 공들인 메신저 서비스 사업이 조만간 대단원의 막을 내릴 것이란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 

라인을 발판으로 동남아 시장 진출을 꿈꾸던 네이버의 AI 사업은 얼마나 악영향을 받을지는 가늠하기도 어렵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는 "이전까지 네이버와 카카오의 차이는 인공지능(AI)이었다"고 평가한다. 미래가치를 따지는 증권가 일각에선 '네이버에 투자할 이유가 사라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제는 라인야후의 지주회사인 A홀딩스 매각 여부보다 소프트뱅크와의 가격 흥정에서 승기를 가져가느냐가 더 시급하다는 제언이 뒤따른다.   
 
라인야후, 2차 행정지도 보고서 오늘 제출...'자본관계 재검토' 제외
라인야후는 이날 일본 총무성의 2차 행정지도에 따른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에는 총무성 2차 행정지도 주요 골자인 네이버의 자본 관계 재검토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보고서에는 지난달 28일 일본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제출한 '재발방지책 및 진척상황' 보고서와 유사한 내용이 담겼다. 특히 네이버와 시스템 분리 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총무성은 지난 3월부터 두 차례에 걸쳐 라인야후에 네이버의 자본 관계 재검토와 경영체제 개선을 주문하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작년 11월 라인에서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근거로 들었다. 당시 네이버클라우드가 사이버 공격으로 악성코드에 감염된 후 시스템을 일부 공유하던 라인야후에서 50만건 이상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총무성은 이 사고의 원인이 네이버에 있다고 보고, 자본관계를 정리하라고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이를 두고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경제지들도 이례적이면서도 '민간 기업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일례로 오쿠다 사토시 아시아대 교수는 지난 5월 17일 일본 경제 매체 도요게이자이에 실린 '라인야후에 대한 행정지도가 나쁜 움직임인 세 가지 이유'라는 기사에서 "일본이 마치 중국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 기업에 대한 투자 심사는 처음 일본에 진출할 때 해야 한다"고 운을 뗀 뒤 "중국은 이미 투자한 외국 기업에 '지분을 포기하라'거나 '기술을 버리고 중국을 떠나라'고 강요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짚었다.
 
'자본관계 재검토' 빠져도 의미 無...日 민관 협공 작전에 네이버 '속수무책'
이날 라인야후가 총무성에 제출한 보고서에는 자본관계 재검토에 대한 내용이 제외됐어도 '오리무중'에 빠진 네이버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라인야후의 탈네이버 작업은 이미 탄력을 받은 상태여서다. 라인야후는 지난달 28일 일본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제출한 '재발방지책 및 진척상황' 보고서에서 "기술·기술템 이용 및 서비스 기획·기능·개발 위탁에 대한 종료 및 축소 계획을 입안했다"며 네이버와 네이버클라우드에 대한 업무위탁을 내년 말 종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다른 네이버 그룹사에 대한 위탁은 내년 3월 종료하겠다고 했다. 총무성의 '네이버 밀어내기' 작전을 라인야후가 우회적으로 실행하는 셈이다. 

당초 총무성이 라인야후에 행정지도 명령을 내렸을 때만 해도 국내 경제계는, 라인야후가 네이버와의 결별에 속도를 낸다 하더라도 적어도 5~6년은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네이버의 IT 기술 대체제가 당장은 없기 때문에 지분 관계를 정리하더라도 네이버에 단기적인 영향은 주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었다. 

하지만 라인야후 계획대로라면 네이버는 당장 내년부터 매출에 타격을 입는 것이다. 네이버와 네이버클라우드는 지난해에만 라인을 통해 각각 1000억원, 7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거뒀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하루아침에 1000억원대 매출 창구가 사라지는 셈이다. 
 
수천억대 매출 감소는 작은 파이...AI 글로벌 사업에 직격타
수천억원대 매출 감소는 차치하더라도 더 큰 문제는 AI 사업이다. 라인야후 사태가 네이버에 가장 치명적인 것은 AI 글로벌 진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8월 선보인 차세대 초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 서비스가 국내에 안착하면 라인을 전초기지로 일본과 동남아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었다. AI 사업의 가장 중요한 원재료인 데이터가 라인을 통해 모이면, 이를 바탕으로 생성 AI 서비스 확대에 나선다는 청사진을 그려왔다.

일본의 대표 메신저 플랫폼인 라인에서 모이는 방대한 데이터는 이를 꿈꾸게 할 만큼 거대해서다. 실제 일본 내에서 라인을 한 달에 한 번 이상 이용하는 사용자 수는 9600만명에 달한다. 이어 태국 5100만명, 인도네시아 9000만명, 대만 2100만명 수준이다. 라인은 단순 메신저 서비스에서 벗어나 간편결제 서비스, 음식 배달 등 사용자의 금융·생활 전반의 데이터가 집합하는 것이다. 일본과 동남아의 카카오로 불리는 것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라인야후가 탈네이버를 선언하면서 이런 계획이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특히나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에 라인야후 지주회사인 A홀딩스의 주식 1주만 넘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데이터 소유권을 네이버가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AI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노리는 일본 정부가 기대하는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국내 경제계는 총무성이 자국민의 개인정보보호를 네이버가 라인야후를 떠나야 할 이유로 들었지만, 실체는 플랫폼(데이터) 주권을 일찌감치 가져가겠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최근 몇년간 반도체 산업과 AI 기술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연간 수조 엔의 재정을 투입하며 '제2의 반도체 산업 붐'을 노리고 있다.
 
파는 자가 우위...네이버 '매각가' 딜 흥정에 사활 걸어야
네이버는 총무성의 2차 행정지도 이후 현재까지 수개월이 흘렀지만, 대표의 공식적인 입장 외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 국내외 어느 하나 민감하지 않은 부분이 없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실제 일본은 탈네이버에 속도를 내고, 국내 정치권에서는 정쟁으로 비화했다. 시민단체는 네이버가 라인야후를 일본에 넘기면 나라를 넘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소리를 높인다.

학계와 ICT 업계는 사실상 네이버가 기존처럼 라인을 지배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일본 시장에서 일본 정부의 거센 압박을 견디며 사업을 이어 나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판단이다. 주주가 받아들일 수 있는 최고 수준 가격에 매각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일 수 있다는 제언이 뒤따른다.

일본에서는 네이버의 A홀딩스 지분 매각 절차가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최근까지도 소프트뱅크와 A홀딩스 지분 가격 책정을 두고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식재산권(IP) 등에 대한 프리미엄 가격을 최대한 높게 잡고 싶은 네이버와 최대한 깎으려는 소프트뱅크 간에 신경전이 진행 중인 것으로 관측된다. 네이버는 소프트뱅크가 원하는 가격에 매입한다면 지분율에는 연연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ICT 업계 관계자는 "국가 감정 전으로 번지면서 굉장히 복잡해진 상황이지만 기업 대 기업으로만 보면 단순하다"며 "사고 싶은 자(소프트뱅크)에게 파는 자(네이버)가 원하는 가격을 제시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 가격에 주주가 만족할지 못할지는 추후 문제로, 기업은 이것을 최우선에 두고 고려한 결정을 하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기로 한 최수연 네이버 대표의 입에 정치권과 업계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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