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상법상 상장기업의 자본금 규모를 기준으로 차등 적용하는 규제 형태가 기업 성장을 저해하며 차등 규제 구간과 같은 기준에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김영주 부산대학교 무역학과 부교수에게 의뢰한 연구용역 보고서 '상장회사 규모별 규제 현황과 기업 성장을 위한 개선 방안'을 인용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주요국은 한국과 달리 상장기업을 자본금 규모에 따라 세분화하고 지배구조와 재무구조를 차등 규제하고 있지 않다.
김영주 부교수는 "상법은 일정 규모를 초과하는 자산총액 등 재무구조를 기준으로 지배구조를 규제하고 있는데, '자산 얼마 이상 기업은 법률적으로 이 정도 수준 이상의 지배구조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전제돼 있지만 자산규모와 지배구조 간 어떤 상관관계를 통해 이를 규율하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국가도 법률상 대·중·소 기업을 정의하지만 자산총액 하나만이 아니라 매출, 부채, 종업원 수 등을 기준으로 고려하고, 그 규모 별로 대상을 나눠 규제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자산총액, 자본금만을 기준으로 상장회사를 나눠 차등 규제하는 것이 우리 경제의 실질을 반영하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은 법적 구속력이 강한 일률적 규제 체계보다 기업의 사업분야와 업종에 적합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영국의 '기업지배구조코드' 도입 및 이를 준수하기 어려운 기업이 그 이유를 설명하게 하는 'Comply or Explain' 방식과 같은 자율규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배구조와 관련한 자율규제로 한국거래소, 기업지배구조연구원 등의 규범이 마련돼 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이 규범은 현행 상법의 규모별 규제 기준을 광범위하게 원용하고 있고 이러한 현실이 기업 입장에서 다중 규제로 작용한다.
김영주 부교수는 "보호무역주의 확산, 국제 공급망 재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규범 강화 등 글로벌 환경 급변과 신산업·디지털 전환 요구에 따른 투자 부담, 인력난 심화 등이 기업 리스크로 가중되고 있다"며 "주요 선진국과 같이 상법 시행령상 규모 기준을 철폐해 기업의 규모화를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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