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다수의 사상자가 나온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희생자들의 신원과 운전자의 당시 상태 등이 밝혀지고 있다.
지난 1일 오후 9시 27분께 60대 남성 A씨가 몰던 제네시스 차량이 시청역 인근 호텔에서 빠져나온 뒤 역주행해 인도로 돌진했고, 이 과정에서 보행자와 차량 2대를 덮쳤다. 이로 인해 9명의 사망자와 4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2일 경찰에 따르면 당시 A씨는 음주와 마약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정확한 검사를 위해 채혈을 통한 추가 검사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사고 직후 A씨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브레이크를 계속 밟았으나, 차량이 말을 듣지 않았다"면서 급발진이 사고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여러 정황상 급발진보다 운전자 부주의나 운전 미숙의 가능성을 눈여겨봐야 한다. 급발진 차량이 사고 이후 갑자기 정상적으로 멈췄다고 가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역시 "급발진은 원인을 밝히기 어렵고, 실수를 면하고 싶을 때 핑계를 대는 경우가 있다. A씨의 나이를 가정했을 때 기기 조작이나 판단 능력이 떨어질 가능성도 적은 편"이라고 전했다.
반면 한국 자동차 정비 명장으로 선정되기도 한 박병일 박앤장기술로펌차량기술연구소 대표는 "사고 크기와 상태, 충격의 정도를 봤을 때 급발진의 가능성이 높다"고 A씨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운전 미숙은 사고 원인에서 배제될 것으로 보인다. A씨는 경기도 소재 한 여객 운송 업체에서 시내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로 근무하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가 약 40여 년에 달하는 오랜 기간 운전을 해온 사실도 드러났다.
현재 A씨는 갈비뼈 부상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상태다. 경찰은 사건 관계인과 목격자 진술, 폐쇄회로(CC)TV 및 블랙 박스 영상 등을 통해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 중이다.
희생자들은 생전에 시청과 은행, 병원 등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은행 직원 4명은 한 회사에서 근무하던 직장 동료 사이로 사고 당일 희생자 1명이 승진해 회식 자리를 마치고 대화를 나누던 도중 참변을 당한 것으로 밝혀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A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또한 A씨가 사고 원인을 '급발진'이라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피의자의 진술일 뿐, 사고 차량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 의뢰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향후 면밀한 사실 관계 확인 등을 통해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진행하겠다. 사건을 진행하면서 구속 영장 신청 여부 등을 다각도로 검토할 것"이라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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