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커머스 시장 격변기 속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그룹 내 이커머스 사업 부진 속 온·오프라인 동시 강화라는 기존 방침이 아닌 ‘선택과 집중’을 통한 새로운 사업 전략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최근 SSG닷컴 물류센터를 중장기적으로 CJ그룹에 매각하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이 최근 CJ대한통운에 물류센터 사업 이관이 아닌 매각까지 제안했지만, 잘 진행이 되지 않은 것 같다”며 “그룹사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이커머스 사업이 실적 부진에 이어 SSG닷컴 풋옵션 논란까지 일자, 관련 사업에 대한 고민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양사는 지난달 5일 전방위적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G마켓과 SSG닷컴 물류를 CJ대한통운에 위탁하기로 했다. 현재 SSG닷컴은 새벽 배송을 맡은 김포 네오센터 두 곳과 오포에 구축한 첨단 물류센터 운영을 CJ대한통운에 맡긴 상태다. SSG닷컴이 보유한 자체 물류센터 4개 중 3개를 CJ대한통운에 넘긴 것이다.
지난 6월에는 실적 부진을 이어가는 이커머스 계열사인 G마켓과 SSG닷컴 수장을 교체했다. G마켓 새 대표에는 정형권 전 알리바바코리아 총괄이, SSG닷컴은 최훈학 SSG닷컴 전무가 내정됐다. SSG닷컴의 경우 기존 4개 본부 체제를 2개 본부(D/I, 영업)로 줄이고, 마케팅본부는 영업본부로 통합하는 등의 조직 슬림화 작업에 돌입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신세계그룹이 수년째 실적 부진을 이어온 이커머스 사업 규모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이라고 해석했다. 중국 플랫폼들의 진출로 이커머스 시장 내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진 상황에서, 외형 확장보다는 수익성에 주력하며 내실 다지기에 나선 것이다.
정 회장이 경영 목표를 본업 경쟁력 및 수익성 강화에 방점을 둔 것도 이러한 움직임에 힘을 싣는다. 실제 정 회장은 취임 이후 줄곧 본업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며 오프라인 유통사업군 실적 개선에 전사적 역량을 쏟아왔다. 지난 1일부터 출범한 이마트와 이마트 에브리데이의 합병이 대표적인 예다. 뒤늦게 뛰어든 온라인보다 전통 유통 강자로서 이점이 있는 오프라인 사업 경쟁력을 보다 확대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커머스계열사의 물류 사업을 CJ대한통운에 위탁한 것은 물류 경쟁력 확보 및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업 축소가 아닌, 본연의 사업영역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