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8일, 암표 제재의 실효성 강화를 놓고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는 ‘공연·스포츠 암표 근절을 위한 법제도 개선 공청회’가 열렸다. 국민의힘 문화체육특별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 주최하는 22대 국회의 첫 암표 관련 공청회인만큼 실효성 있는 법 제도 개선에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업계는 관련 법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되지만 규제가 단순히 암표 원천 차단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또다른 소비자 피해가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규제 필요성 공감하나 일부에선 역효과 우려
암표는 한정된 티켓 수량으로 인해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시 발생하는 현상으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참석 불가 시 재판매를 통해 비용을 회수할 수 있고, 공식 티켓 판매 채널이 티켓 수요를 적절하게 충족시키지 못할 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시장이 음성화되다 보니 개인 간 거래 시 사기, 편취에 상시 노출되고 있으며,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인기 티켓을 대량 구매 및 판매하는 불법 행위가 벌어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올해 2월 매크로 프로그램 이용 규제 관련 체육시설의 설치, 이용에 관한 법 시행과 3월 국민체육진흥법 공표 외에도, 같은 달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입장권 등을 부정 판매하면 안 된다는 조항을 신설한 개정 공연법을 시행했다. 업계에서도 암행어사 제도 운영과 불법 거래 티켓 강제 취소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 결과 공연 암표 건수는 2020년 359건에서 2022년 4,244건으로 2년 새 11.8배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는 기존 법안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만큼 공청회 현장에서 지적된 실효성 있는 법 규제 마련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매크로 사용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이 부재한 가운데, 모든 재판매를 암표로 규정해 원천 차단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역효과가 클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공청회에 참여한 입법조사처 역시 무조건적인 규제보다는 실질적인 논의와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규제하더라도 근절 어려워…풍선 효과로 더 큰 소비자 피해
실제, 해외에서 티켓 재판매를 원천적으로 금지했으나 시장이 더욱 음성화되고 역효과가 발생해 이를 철회한 사례가 다수다.
미국 뉴욕주는 1922년 액면가의 50%를 초과하는 티켓 재판매를 금지했으나 1999년 문화예술법 집행의 어려움이 보고된 뒤 2007년 티켓 재판매 산업을 규칙과 과세제도로 규제하고 라이선스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티켓 재판매 시장을 합법화하고 규제산업으로 접근한 바 있다. 이후에도 2016년 매크로 사용을 금지하고 2023년 판매자에게 과세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을 꾀하며 지속적으로 실효성 있는 규제 마련에 나섰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도 1914년 액면가 이상 티켓 재판매를 금지하고 2010년 적발 시 벌금을 부과키로 했지만 기존 규제로 재판매 사기를 근절하지 못하자 2015년 액면가 이상 재판매 허용 및 2018년 액면가 50% 초과 재판매를 허용하기도 했다.
소비자 관점에서 합리적인 논의 필요
그렇기에 개인의 사적자치를 존중하여 티켓 재판매를 개인 간의 계약으로 자율에 맡기고, 산업을 둘러싼 관계자와의 논의를 바탕으로 티켓 재판매를 제도권 내에 안착시켜 관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개인 간 거래 행위 자체를 불법으로 보기 어렵고 이를 막는 것은 소비자 권리 침해라는 해석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온라인 암표 거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더라도 거래 자체를 불법이 아닌 규제 산업으로서 관리 통제의 영역으로 간주하는 등 보다 현실적인 해결책이 논의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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