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부채 급증에 날 세우지만···부채 시한폭탄 자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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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입력 2024-07-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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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가계부채 오름세가 가팔라지면서 금융당국이 은행권 대출 단속에 나섰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건전성 관리가 절실한 시점에 가계대출을 무리하게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은행들을 직격했다.

    그러면서 "성급한 금리하락 기대와 집값 상승 등으로 가계대출 오름세가 더욱 빨라질 조짐이 보인다"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90%대 초반 수준으로 관리하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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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감원, 은행권에 "대출 무리하게 키우지 말라" 경고

  • 하나·국민 주담대 금리 올려···"가계부채 오름세 조절"

  • 스트레스 DSR 연기 등 오락가락 정책 시장 혼란 가중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최근 가계부채 오름세가 가팔라지면서 금융당국이 은행권 대출 단속에 나섰다. 건전성 관리 강화가 절실한 상황에서 대출 증가세가 너무 가팔랐기 때문이다. 이에 당국의 눈총을 피하려는 은행권에선 부랴부랴 주택담보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지만, 돌연 부채 억제 정책을 뒤로 미루는 등 오락가락한 당국의 정책 기조가 부채 폭증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금융감독원은 3일 17개 국내은행과 함께 가계부채 간담회를 열고, 가계대출 증가 원인과 하반기 관리방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열린 간담회는 예정에 없었던 회동으로, 금감원은 은행 담당 부행장들을 긴급 소집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건전성 관리가 절실한 시점에 가계대출을 무리하게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은행들을 직격했다.

그러면서 "성급한 금리하락 기대와 집값 상승 등으로 가계대출 오름세가 더욱 빨라질 조짐이 보인다"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90%대 초반 수준으로 관리하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무리한 레버리지 확대 기조에 날을 세운 이복현 금감원장의 발언에 이어 재차 은행권 가계부채 오름세를 지적한 것이다.

실제 주담대 금리는 2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고, 부동산 시장 회복세까지 맞물리며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올해에만 22조원 넘게 불어났다. 전월에만 5조8000억원(1.1%)이 급증했고, 코로나19 충격 직후인 2020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당국의 눈치를 보는 은행권에서는 곧장 금리 인상 행렬이 이어졌다. 국민은행은 이날부터 가계 부동산담보대출 가산금리를 0.13%포인트 인상하기로 했고, 하나은행은 지난 1일 가계 주담대 감면 금리폭(최대 0.2%포인트) 줄였다.  하나은행은 최근 가계대출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 선제적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조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런 부채 폭증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당국의 정책 기조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스트레스 DSR 2단계 조치 시행까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돌연 2개월 연기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취약차주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는 대출 수요자에게 더 많은 대출을 내주고 시장을 살리겠다는 뜻으로 읽히면서 '막차 수요'를 자극할 것이란 우려만 키운 꼴이 됐다.

앞서 정부는 최저 1.6% 금리로 최대 5억원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신생아 특례대출의 소득 요건을 한시적으로 최대 2억5000만원까지 풀어주기도 했다. 전세자금대출과 중도금대출, 신생아 특례대출 등은 DSR 산정 과정에서 제외돼 최근 주담대 확대의 주범으로 꼽힌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 정책이 일관성 있고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우왕좌왕 흔들리는 것 같다"면서 "가계부채 확대가 걱정이라면 주담대 수요를 억누를 수 있는 스트레스 DSR을 빨리 시행해야 한다. 또 주담대와 신용대출, 기존 차주와 신규 차주 등을 구분하는 핀셋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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