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을 중심으로 은행 대출 가산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금융권은 이른바 '유사 횡재세'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거대 야당'이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하면서 은행들의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3일 금융권과 국회 등에 따르면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은행법 개정안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보험료, 교육세, 법정 출연금 등을 가산금리 산정 항목에서 제외하고 세부 항목별로 가산금리를 공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산금리 산정 항목 자체를 줄이고 은행들이 스스로 가산금리를 낮추도록 유도해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낮추겠다는 의도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이 지난달 신규 취급한 신용대출 평균 가산금리는 2.90~3.65%다.
정치권에서는 법제화가 이뤄지면 대출 금리 인하 효과가 충분히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은행들은 가산금리 항목에 포함됐던 예금보험료와 지급준비예치금을 대출금리 산정에서 제외하면서 일부 은행에서는 평균 금리가 0.13%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개정안으로 법적비용이 추가로 제거되면 금리는 약 0.4%포인트 인하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법 개정안은 민주당이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입법 의지도 강해 연내에 법제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은행들은 가산금리 산정 기준을 공시하는 방안에 대해 "사실상 영업기밀 공개를 강요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가산금리 책정은 은행의 자금 조달 방식과 비용 절감 노하우, 고객 리스크 대응 방식 등이 반영되는데 정치권에서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산금리는 기업으로 따지면 제조원가와 같아서 경영상 비밀 사항"이라며 "각종 비용, 마진 등 시장 상황에 따라 은행별로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데 이를 공개하는 것은 시장경제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가산금리 세부 항목 공시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근 2~3년 사이 예대금리차, 경영현황보고서 등 공시 항목이 늘었지만 공시가 대출금리 인하로 이어지진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대출금리는 자금 조달 비용을 바탕으로 이자마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산금리 항목을 축소해도 금리가 인하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가팔라진 가계부채 증가세로 대출 관리가 필요한 시점에 가산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것도 은행에는 부담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 가계대출 증가율을 목표치 수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수요 관리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며 "가산금리를 강제로 인하하는 방식으로는 제대로 된 총량관리가 이뤄지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일단 조심스럽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금리 산정 체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으나 아직까진 별다른 제도 개선이 이뤄지진 않았다. 금융권에서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출 가산금리 구성항목 공개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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