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잇단 공급 대책에도 올해 1분기 전국 아파트 착공 물량이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2~3년 뒤 공급 부족 현실화가 예고되고 있다.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상승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공공중심의 신규택지 공급 계획을 면밀히 세우는 한편, 수요가 높은 지역에 주택이 적기에 공급될 수 있도록 정비사업과 임대사업자에 대한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민간의 주택 공급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국토교통부는 4일 ‘주택 공급 점검회의’를 열어 2만가구 규모의 신규 택지를 발굴하는 등 공공 중심의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주택공급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밝힌 데는 시장에서 ‘주택 공급 절벽’이 수년 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국토교통부 통계누리의 ‘주택건설실적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아파트 착공 실적은 3만7793가구로 집계돼 지난해 1분기(4만6128 가구) 대비 18% 감소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1년 1분기(1만9888가구)에 이어 역대 1분기 중 두번째로 적은 규모다. 1분기 전국 아파트 착공 물량은 2021년 10만6196가구로 정점을 찍은 후 2022년 6만3361가구를 기록하는 등 매해 빠르게 감소 중이다.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도 올해 감소세를 더욱 키웠다. 국토부의 ‘2024년 5월 주택 통계’를 보면 올해 1~5월 누적 주택 인허가 물량은 12만5974가구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인허가 물량이 16만6000가구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인허가 자체가 1년 새 24.1%나 쪼그라들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착공 등 인허가 물량 감소는 주택 시장의 전월세 가격 불안과 주요 지역에 대한 매수세 유입, 가격 상승을 이끄는 기저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며 “최근 수년 간 서울과 수도권의 착공 물량이 지속 감소함에 따라 내년에도 수도권에서 전년 대비 입주 물량이 4~5만가구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공 신규택지를 통한 장기적인 공급계획 수립은 바람직하지만, 수도권 등 수요 집중 지역에 대한 만성적 공급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민간 공급을 유인할 정책 안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주요 지역의 주택공급 부족은 결국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이 해결의 최우선”이라며 “이를 위해 정비사업장에 대한 규제 완화를 진행하는 동시에 시기별·지역별 수요에 맞는 공급 대책을 구체적으로 수립해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함 랩장은 “재건축 사업장의 경우 공사비 인상으로 분담금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에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따른 부담금을 줄일 수 있다면 주택 공급 활성화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도 “민간 공급이 위축된 상황에서는 정비사업을 가로막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한 폐기와 임대주택 매입비용 현실화 등을 통한 민간의 공급 유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규제 완화를 통해 서울과 수도권 등 선호 지역에 대한 주택 수요를 분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주택 공급 문제는 결국 수요자들의 선호 지역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신규택지를 통한 공급만으로는 당장 수도권의 주택난을 해소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개인 사업자를 포함한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완화와 임대차 3법 폐지 등의 보완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