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이 GIO는 지난 5월 21일 비공개로 진행된 'AI 서울 정상회의' 정상 세션에 참석했다. 그가 대외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건 2019년 6월 한국사회학회·한국경영학회 심포지엄 이후 거의 5년 만이다.
이어 지난달 25일(현지시간)에는 미국 엔비디아 본사에서 최수연 네이버 대표,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등 팀네이버 주요 경영진들과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AI 모델 구축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업계에선 이 GIO의 잇딴 공식 행보에 대해 '의외'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GIO가 대외활동 태도를 적극적으로 바꾼 것은 소버린(주권) AI를 네이버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소버린 AI는 특정 국가나 기업이 빅테크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인 인프라와 데이터를 가지고 독자적인 AI 역량을 구축하는 것을 뜻한다. 이 경우, AI 기술 개발과 운영에 대한 주도권을 다른 업체에 넘기지 않고 직접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네이버는 자체 초거대언어모델(LLM) 기술력을 앞세워 국가별로 최적화한 AI 모델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대표적이다. 네이버는 지난 3월 사우디 아람코의 자회사 아람코 디지털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중동 지역에 최적화한 소버린 클라우드와 슈퍼 애플리케이션(앱)을 구축하기로 했다. 아랍어 LLM 기반 소버린 AI 개발도 함께 추진한다.
최근에는 필리핀에서도 성과가 나고 있다. 지난 5월 필리핀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 '컨버지 정보통신기술(ICT) 솔루션즈'와 협약을 맺고 소버린 클라우드, AI를 활용한 필리핀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는 이처럼 사우디, 필리핀 등 현지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지속적으로 체결하며 AI 사업의 글로벌 확장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엔비디아와의 협력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엔비디아 역시 소버린 AI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대표 기업 중 하나다. 실제로 이 GIO는 젠슨 황 CEO와의 만남에서 소버린 AI 전략에 대해 심도깊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양사는 긴밀한 협업을 통해 각 지역 문화와 가치를 존중하는 다양한 AI 모델이 나올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네이버와의 협력은 긍정적이다. 이를 통해 AI칩 매출원을 글로벌 빅테크 외에 다양한 기업·기관으로 확대하는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데이터 주권 확보'는 이 GIO가 줄곧 강조해온 요소 중 하나다. 지난 5월 AI 정상회의에서는 "극소수 AI가 현재를 지배하면 과거 역사, 문화에 대한 인식은 해당 AI의 답으로만 이뤄지게 된다"며 "이는 결국 미래 사회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AI를 통한 빅 브러더(개인 정보를 독점해 사회를 통제하는 권력) 등장의 위험성을 경고한 것이다.
이어 "이런 관점에서 다양한 시각들이 나타나고 각 지역의 문화적·환경적 맥락을 이해하는 다양한 AI 모델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