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 돌진 사고 운전자가 첫 피의자 조사에서도 급발진이라고 주장했다.
5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전날 운전자 차모씨(68)가 입원해있는 서울대병원을 찾아 첫 피의자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 교통조사관 총 4명이 입원실에서 변호사 입회하에 오후 4시 50분까지 약 2시간 동안 조사했다.
차씨는 이날 조사에서도 "사고 당시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딱딱했다"며 차량 상태 이상에 따른 급발진을 재차 주장했다. 차씨는 사고 직후 줄곧 '급발진' 때문에 사고가 났다고 주장해왔다.
차량이 갑자기 급가속을 해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작동하지 않아 사고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조사했고 피의자 및 변호인과 협의해 추후 후속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차씨는 사고 당시 갈비뼈가 골절되는 부상을 입어 응급실로 이송됐다가 일반 병실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경찰은 차씨의 상태가 아직 회복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본격적인 신문을 하기보다는 사고 전후 상황에 대한 차씨 진술을 듣는 데 집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이뤄질 추가 조사에서는 급발진이라고 판단한 근거가 무엇인지, 평소 차량 운행 시에는 이상이 없었는지, 왜 역주행 도로로 들어섰는지 등을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경찰은 사고 당시 차에 함께 타고 있던 60대 아내 A씨를 지난 2일 불러 참고인 신분으로 1차 조사했다. A씨 역시 차씨와 마찬가지로 '브레이크, 제동장치가 안 들은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과학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과 함께한 현장검증에서 차씨 차량이 역주행을 시작한 시청역 인근 호텔 지하 주차장부터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들을 들이받은 시청역 교차로까지 3D스캐너 등 장비를 동원해 도로 실측과 시뮬레이션 작업이 이뤄졌다.
또 경찰은 G80 차량과 EDR 자료, G80과 피해 차량인 BMW 및 소나타의 블랙박스 영상, 호텔과 사고 현장 주변의 CCTV 영상 등을 2일 국과수와 공신력 있는 외부 전문기관에 보내 정밀 감식·감정을 의뢰했다.
경찰은 차씨가 몰던 제네시스 G80의 사고기록장치(EDR)를 토대로 차씨가 사고 직전 가속페달(액셀)을 강하게 밟았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또 주변 CCTV를 분석한 결과 차량이 역주행할 때 보조브레이크등이 켜지지 않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찰은 차량 및 기계 결함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국과수 등의 정밀 분석 결과를 받아본 뒤 급발진 여부를 최종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차씨에 대한 첫 음주 측정이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사고 현장이 아닌 이송된 병원에서 사고 후 약 1시간 30분 뒤에야 진행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사고 직후 차씨를 상대로 음주 측정을 시도했으나 차씨가 흉부를 크게 다쳐 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탓에 측정이 불가했고, 병원으로 이송돼 호흡이 돌아오고 난 뒤에야 가능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이에 음주 수치가 극명하게 낮아지진 않았을 것"이라며 "이후 채혈을 통한 추가 검사에서도 음주 여부가 음성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