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에 국회 파행이 이어지고 있다. 야당은 채상병 특검법 본회의 처리를 위해 국민의힘이 시작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강제 종료시켰다. 민생 현안을 점검할 대정부질문에서는 제대로 된 질의도 하지 못했다.
특검법 처리에 반발한 국민의힘은 예정된 국회개원식 보이콧을 선언하고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불참을 요구했다. 국회의장실은 부랴부랴 개원식 무기한 연기를 선언했다. 여기에 더해 경색된 여야 분위기로 7월 임시국회마저 파행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與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한 야당
5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전날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의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시켰다. 채해병 특검법 필리버스터는 지난 3일 오후 3시 40분쯤 국민의힘 요구로 시작했고, 민주당은 오후 3시 45분 토론 종결 동의를 제출했다.
국회선진화법은 종결 동의가 제출되면 최소 24시간 뒤 표결을 거쳐 재적의원 5분의3(180명) 이상 찬성으로 토론을 종료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우원식 국회의장은 4일 오후 4시 50분께 민주당 주도로 상정된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에 관한 안건을 표결에 부쳤다. 이 과정에서 당시 필리버스터 발언 중이던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의 마이크가 꺼졌고, 여당 의원들이 대부분 의장석으로 뛰쳐나와 항의하는 일이 발생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토론 중에 종결하는 게 어디 있냐"며 항의했지만, 우 의장은 "의장이 의사를 정리할 권한이 있다"며 중지 표결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우 의장을 향해 "사퇴하라"고 소리쳤고, 민주당 의원들은 우 의장이 표결을 강행하자 박수를 쳤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같은 진행에 반발해 퇴장했다.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 표결과 채상병 특검법 표결은 여당 의원들이 대거 불참한 채로 진행됐다. 필리버스터는 찬성 186표로 종료됐다. 곧장 이어진 채해병 특검법 표결은 재석 의원 190명 중 찬성 189표, 반대 1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에서는 김재섭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남았는데, 각각 반대표와 찬성표를 던졌다.
與 "22대 국회 개원식 참여할 수 없다"
국민의힘은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국회의장 및 사법테러 규탄대회'를 열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회를 분풀이하듯이 '윽박지르는 장'으로 만드는 민주당과 국회의장의 반성과 태도 변화 없이는 22대 국회 개원식에 참여할 수 없다"고 소리쳤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에게도 개원식에 불참할 것을 요청했다.
대통령실도 뒤이어 채상병 특검법이 강행된 국회를 두고 "위헌성 때문에 재의결이 부결됐으면 헌법에 맞게 수정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일 텐데 오히려 위헌에 위헌을 더한, 반헌법적 특검법으로 되돌아왔다"며 "헌정사에 부끄러운 헌법 유린을 개탄한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의 개원식 불참 가능성에 무게추가 기운 것으로 해석된다.
역대 국회의 모든 개원식에는 대통령이 참석해 연설을 했다. 대통령이 불참한 국회 개원식은 단 한 차례도 없다. 이 때문에 당초 5일 예정됐던 국회 개원식은 무기한 연기됐다. 국회의장실은 "5일 예정이던 22대 국회 개원식이 연기됐다. 개원식 일정은 추후 확정 고지하겠다"고 공지했다.
우 의장은 일단 국회 개원식을 야당 단독으로 개최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이에 여야 원내지도부와 만나 일정을 다시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당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전날 우 의장의 일방적 필리버스터 종료로 관계가 단단히 틀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상황에 아랑곳 않고, 쟁점 법안을 강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6월 국회에서 처리가 무산된 방송4법을 7월 국회 첫 본회의에 상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본회의를 개최해 달라고 우 의장을 설득할 방침이다. 또 법제사법위원회를 통해 '윤 대통령 탄핵안 발의 국민동의 청원'과 '검사 탄핵안' 등의 청문회를 추진한다. 여당 입장에서는 야당이 쟁점 법안들을 들고 오는 만큼 당분간 본회의 일정을 협조하지 않을 전망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