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만 5조원 넘게 증가한 가계대출의 가파른 증가세가 7월에도 이어지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부동산 가격이 반등하고 국내외 증시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가계대출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달 가계대출은 5조3415억원 늘어 2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액을 기록했다.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 외국계은행 등을 합치면 증가 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올해 감소세로 시작한 가계대출은 2분기 들어 반등했다. 4월 5조1000억원 늘어나더니 5월에도 6조원가량 증가했다.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이달 들어 단 나흘 만에 2조2000억원 늘어나 증가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는 분위기다.
기준금리 인하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이미 금융시장 참여자들은 '피벗'(통화정책 완화)을 확신하고 앞서 움직이는 분위기다.
우선 부동산 시장이 다시 들썩이면서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수요가 몰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1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20% 올라 2021년 9월 셋째 주(0.20%) 이후 약 2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국내외 증시 활황에 따른 주식 '빚투'(대출로 투자) 수요까지 살아나고 있다. 코스피는 5일 2862.23으로 2022년 1월 18일(2902.79) 이후 2년 5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미국 뉴욕증시에서도 5일(현지시간) S&P 500(5567.19)과 나스닥(1만8352.76) 모두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에 따라 월평균 신용융자 잔고(유가증권시장+코스닥)는 지난해 12월 17조4309억원에서 계속 불어나 6월엔 20조원을 넘어섰다. 신용융자는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증권사에서 신용대출을 받는 것으로, 이 잔고가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이 빚투를 많이 하고 갚지 못한 대출이 쌓여간다는 의미다.
은행 관리 범위를 벗어난 정책대출의 급증 문제와 가계대출 관련 정책의 일관성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근의 주택 관련 대출 증가액에는 버팀목(전세)이나 디딤돌(주택구입) 등 정책자금 대출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정부가 신생아특례대출 조건도 완화해 정책자금을 이용할 수 있는 대상자도 크게 늘어났다.
여기에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을 7월에서 9월로 미루면서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막차 수요'가 몰렸다. DSR 2개월 연기가 가계대출의 증가 추세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의 가계대출 증가세는 금융당국이 은행에 경고만 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며 "정부의 한쪽은 가계대출을 줄이려고 애쓰지만 다른 쪽은 반대로 비치는 만큼 일관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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