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임대보증금보증 사고가 난 사업장에 대한 공매를 시행하고 있지만 거듭된 유찰로 가격이 절반 이하가 된 사업장마저 외면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위변제가 진행된 사업장의 채권 회수가 어려워지면서 HUG의 손실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온라인 공공자산 처분 시스템(온비드)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HUG가 공매한 공매 물건 중 낙찰이 완료된 물건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제주도 제주시 조천읍 조천리 3203-45 연립주택은 최초 입찰가 119억9250만원에서 84억100만원까지 30% 가까이 떨어졌으나 입찰자가 단 한명도 없어 11번째 유찰을 거듭했다. 이 곳은 지난 2016년 시행사인 슈에건설이 부도가 나면서 분양보증사고가 발생한 곳이다. HUG는 하반기에 해당 사업장에 대한 공매를 부칠 예정이며 거듭된 유찰로 수의계약이 가능해졌다.
광주광역시를 기반으로 하는 중견건설사 한국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보증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에서도 유찰은 거듭됐다. 광주광역시 동구 궁동 30번지 일원의 '한국아델리움'은 지난달 13일 입찰자가 없어 8번째 유찰됐다. 당초 이 사업장의 입찰가는 281억8300만원이었지만 유효 입찰자가 없어 219억6233만원까지 낮아졌다. 이 사업장은 임대보증사고로 환급이행이 결정된 사업장이다. HUG는 해당 사업장에 대한 재공매를 지난 1일 공지했다.
삼척시 마달동 84 외 8 필지 '삼척마달 더스테이 아파트'도 공매에 부쳤지만 주인을 찾지 못해 당초 입찰금액이었던 416억9252만원에서 절반 가까이 낮아진 291억1544만원으로 입찰가가 책정됐다. 그러나 거듭된 유찰로 지난 1일 공매 재공고가 등록됐다.
HUG는 유찰이 거듭된 물건들에 대해 홍보에 나서는 등 공매를 통한 채권회수에 힘쓰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올해 하반기 매각예정 물건을 알리는 공고문을 본사 차원으로 개재했고, 같은 달 환급사업장에 대한 매각설명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HUG가 공지한 올해 하반기 매각예정 물건은 △강원 삼척시 마달동 54번지 △전북 군산시 개정면 통사리 217번지 △광주 동구 궁동 30번지 △광주동구 수기동 16-3번지 △광주 동구 산수동 67-1번지 △울산 울주군 청량읍 덕하리 409-8번지 등으로 모두 임대보증사고가 난 곳들이다.
보증사고 사업장이 줄줄이 유찰되면서 HUG의 재무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집주인 대신 보증금을 갚아주는 대위변제 금액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경공매를 통해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HUG에 따르면 올해 1∼4월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사고액은 1조9062억원, 사고 건수는 8786건이다. 월별로는 1월 2927억원, 2월 6489억원, 3월 4938억원, 4월 4708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조830억원)보다 8232억원(76%) 증가한 액수다.
향후 HUG는 '든든전세사업'을 통해 채권 회수 기회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 보증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큰 사업장을 집중 관리하는 등 재무건전성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