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KFA)는 지난 7일 내정 후 하루 뒤인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이임생 KFA 기술이사 주재로 브리핑을 열고 홍 감독을 차기 사령탑으로 임명했다. 임기는 2027년까지다.
이 기술이사는 "한국 축구가 어떻게 가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했다. 두 외국인 감독 후보와 홍 감독을 만났다. 외국인 감독들은 축구 철학이 확고했지만 현시점에 맞는지를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기술이사는 "홍 감독의 '원 팀, 원 스피릿, 원 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성공도 실패도 활용해야 한다. 연계·연속성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후회와 절차상 문제는 없다. 격려와 조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홍 감독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을 소화한다. 3차 예선은 9월 팔레스타인전을 시작으로 내년 6월 쿠웨이트전까지 이어진다.
선수 시절 최고의 커리어를 쌓은 홍 감독은 상무를 시작으로 한국, 일본, 미국 프로무대를 두루 밟았다. 1990년부터 2002년까지 태극 마크를 단 그는 137경기에서 10골을 득점했다. A매치 137경기는 한국 선수 최다 출전이다.
최고의 순간은 2002 한·일 월드컵 8강 스페인전에서다. 스페인 선수 호아킨의 승부차기 실축으로 깨진 침묵을 환호로 바꾼 선수가 한국의 마지막 키커였던 홍 감독이다. 오른발 인사이드 킥이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이 월드컵 최고 성적인 4강에 진출하는 순간 그는 두 팔을 뻗어 환한 미소로 필드를 질주했다. 홍 감독은 이 공로로 월드컵 브론즈볼을 수상하고 월드컵 올스타팀에 뽑혔다.
은퇴 후 지도자가 된 그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2009년 U-20 월드컵 8강 진출, 2012 런던 하계 올림픽 동메달로 '영광의 시간'을 누렸던 홍 감독은 2013년 6월 최강희 전 감독에게서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런던 하계 올림픽에서 '영광의 시간'을 함께한 선수들을 기용했다. 일명 '의리 축구'였다. 한국은 H조에 편성돼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를 상대했다. 다른 조에 비해 손쉬운 상대라 생각했지만 1무(러시아) 2패(알제리·벨기에)로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거센 비난이 일자 자진 사임한 그는 이후 항저우 뤼청 감독에 이어 2021년부터 내정 직전까지 울산 HD FC 감독직을 수행했다. 부임 첫해에는 준우승을, 2022년과 지난해에는 우승을 거뒀다.
현재 울산 HD FC는 김천 상무와 선두 경쟁 중이다. 승점 1점 차로 2위다. 하반기에는 AFC 챔피언스 리그 엘리트 경기를 앞두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KFA 측 제안을 고사했던 홍 감독이 결국 수락해 10년 만에 국가대표팀을 이끌게 됐다. 홍 감독에게는 '증명의 시간'이 다시 한번 찾아온 셈이다.
KFA의 감독 선임은 지금까지 임박한 선임, 대체 선임, 예선과 본선이 다른 선임, 강압적 선임 등 많은 부침을 겪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2014 브라질 월드컵이 재현된다면 한국 축구는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홍 감독의 어깨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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