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마침내 첫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번 총파업으로 올 2분기 깜짝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기록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가 생산에 차질을 빚을지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전삼노는 8일 오전 11시 우천 속에서 화성사업장 H1 인근 도로에 총집결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로 첫 총파업을 진행했다.
총파업 예정 시간에 맞춰 검은색 단체 활동복을 입은 노조원들이 모여들자, 노조 측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NSEU'가 적힌 머리띠와 우비를 배부하며 참여를 독려했다.
결의대회는 개회 선언을 필두로 총파업 참여자 현황 발표, 조합원 현장 발언, 깃발 행진 등 순으로 진행됐다.
전삼노 발표에 따르면 이날 총파업 참여 인원 수는 설문조사 참여 인원 8115명 중 6540명으로, 이 중 설비·제조·개발(공정) 직군은 5211명이다.
기흥·화성·평택 사업장 소속 참여 인원은 4477명으로 평택 사업장이 근무자 대비 참여자 수가 높다고 밝혔다. 전삼노는 현장 인원을 4000~5000명으로 추정했다. 경기 동탄경찰서는 이번 집회 참석 인원을 3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손우목 노조위원장은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참여해 반도체 라인에 반드시 생산 차질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삼노는 앞서 5000명 이상 조합원의 참여를 요청했다.
전삼노는 "오늘 총파업으로 오전부터 생산에 차질이 생긴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주장했다. 전삼노는 앞서 전날 유튜브 방송을 통해 8인치 파운드리 공정을 중심으로 생산 차질을 빚게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전삼노 유튜브 방송 댓글에 '파운드리 클린 라인이 멈췄다', '연구소 계측 랏(LOT)이 다 섰다' 등 생산 차질을 주장하는 댓글이 올라왔고, 이를 공표하자 참가자들은 환호했다.
또한 전삼노는 오늘 기준 노조 가입자 수가 3만657명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삼성전자 전체 직원 수인 12만480명(2023년 말 기준) 중 24.56%에 달한다.
전삼노는 앞서 지난 6월 7일 단체 연차로 첫 파업을 진행했다. 다만 당시에는 '생산 차질'이 목적이 아니었으나, 이번엔 '생산 차질'이 제1목표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전삼노 구성원 중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 소속 인원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반도체 생산 라인에 일부 차질이 생길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전삼노는 이에 대해 "반도체 공정은 사람 없이 절대 돌아가지 않는다"며 "일각에서 로봇·무인화·자동화 등을 근거로 생산 공정에 차질이 없을 거라 예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당장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능력에 큰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이날 전삼노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현호 사업지원 TF장 부회장,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 김기남 전 DS부문장(현 상임고문) 등 주요 경영진을 두고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으며 규탄했다.
특히 이재용 회장을 향해 그룹 총수로서 직접 교섭에 나서 해결책을 제시하길 바란다며 책임론을 강조했다.
전삼노는 오는 10일까지 3일간 총파업을 진행하고, 11~12일 업무에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9일과 10일에는 경기 기흥사업장에 위치한 삼성세미콘 스포렉스 체육관에서 조합원 교육으로 파업을 이어간다고 밝혔다.
또한 10일까지 사측의 대응에 따라 내주 15일부터 무기한 파업 등 2차 총파업을 단행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전삼노는 임금 인상과 과반 노조를 목표로 이번 총파업을 기획·진행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과반 노조가 되어 임금단체협상 권한을 얻은 후 상급단체를 한국노총에서 민주노총으로 갈아타기 위한 '세력 불리기'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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