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서민에게 내 집 마련 기회를 확대해 주기 위해 마련된 사전청약 제도가 공사비 인상 후폭풍에 휩싸이며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인천·파주에서 사전청약을 접수한 단지들에서 올 들어 잇달아 사업이 좌초한 데 이어 최근 화성 동탄에서도 사업 취소 사례가 나왔다. ‘사전청약 무용론’에 지난 5월 정부가 해당 제도를 폐지했지만 이후로도 사업 포기가 이어지면서 기존 사전청약 당첨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리젠시빌주택은 최근 '화성 동탄2 C28블록 리젠시빌란트'에 대한 사업 취소와 사전 공급 계약 취소 사실을 사전청약 당첨자들에게 공지했다. 이 단지는 동탄2신도시 신주거문화타운에 지하 2층~지상 최고 8층 5개 동에 119가구 규모로 들어설 예정이었다. 2022년 10월 108가구에 대한 사전청약을 진행했고 2025년 11월 본청약 후 2027년 10월 입주할 계획이었다.
리젠시빌주택은 "최근 악화하는 부동산 경기와 건설자재 원가 상승 등 불가피한 사유로 아파트 건설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며 "부득이하게 사업을 취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월에는 심우건설이 '인천 가정2지구 우미 린 B2블록' 사업을 취소했다. 2022년 4월 사전청약을 받은 이 단지는 당초 일정대로라면 2023년 3월 본청약을 진행하고 내년 11월 입주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결국 사업 자체가 취소됐다.
통상 아파트 착공 때 진행하는 청약 접수를 1~2년 정도 앞당겨 받는 사전청약은 그간 본청약까지 수년이 걸리는 등 사업 지연 등 문제가 반복돼 왔다. 사업 지연으로 인해 당첨자 지위를 포기하는가 하면 본청약에 맞춰 계약금, 중도금 등 자금 마련 계획을 세우고 전월세 계약을 맺은 사전청약 당첨자들의 피해가 양산되면서 민간 사전청약은 2022년 12월, 공공 사전청약은 지난 5월 폐지됐다.
그러나 사전청약을 진행한 단지들의 사업 좌초로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내 집 마련의 꿈이 희망고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민간 사전청약 단지 45곳 가운데 절반 이상이 본 청약으로 넘어가지 않은 상황이어서 비슷한 사례가 더 나올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현재 사전청약이 취소된 당첨자들이 받게 될 구제 조치는 당첨자 명단에서 삭제되고 청약통장이 부활하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이미 청약통장을 해지했거나 조건이 달라지게 된 이들이 적지 않다. 사전 청약 당첨으로 그간 다른 주택 청약을 신청할 수 있는 기회도 날려버린 셈이다. 지난 5월 정부가 사업이 6개월 이상 장기간 지연되면 계약금을 10%에서 5%로 조정해주는 구제책을 발표했지만 민간 사전청약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사전청약은 도입 당시부터 ‘조삼모사’ 정책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면서 "아직 본청약이 진행되지 않은 사전청약 단지들 역시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비 당첨자들에 대한 대책과 건설사들이 사업 취소 없이 착공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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