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테사가 최근 매각한 3개 작품이 모두 마이너스 손실을 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평균 30%대 마이너스 손실로 한 작품은 –40%가 넘습니다. 투자계약증권 발행 직전 손실 이력이 남아 연내 성공적으로 증권 발행을 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10일 테사 공시에 따르면 이달 4일 테사는 홍콩 경매 시장에 출품했던 공동구매 기초자산 미술품 3건에 대한 매각 대금 정산을 시작했습니다. 매각된 작품은 페르난도 보테로의 ‘People Drinking’, 마르크 샤갈의 ‘La mariée or Les amoureux aux fleurs’, 알렉스 카츠의 ‘Red Dogwood’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세 작품 모두 마이너스 손실을 봤습니다. 공개된 손익 계산서를 보면 가장 높은 가격에 주고 산 샤갈의 작품 구매가는 27억5000만원이었지만 21억1737만원에 매각되며 23%의 손실을 봤습니다. 보테르 작품은 7억8000만원에 매수했지만 5억6461만원에 팔리며 27.6%의 손실을 봤네요. 카츠의 작품은 12억원에 작품을 매입, 7억577만원까지 내려가며 41.2%의 최대 손실을 봤습니다.
미술투자업계에서는 테사가 작품을 터무니없이 비싸게 매입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보테르 작품은 2021년 4월, 샤갈은 같은 해 8월, 카츠 작품은 2022년 6월로 모두 미술 호황기였을 때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테사가 산 판매가격은 경매 시장가로 보면 된다”면서 “현재 미술 시장 상황이 전 세계적으로 좋지 않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지금 잘 못 팔았다기보다는 호황기때 너무 비싸게 샀던 게 문제다. 또 해당 작품들은 최근 경매 시장에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샤갈, 카츠, 보테르는 모두 유명한 작가들이죠. 그러나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고 해도 그림 사이즈, 과거 전시 장소 등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고 합니다.
아울러 일반적으로 작품 가격은 갤러리보다는 경매 시장에서 팔린 가격이 더 낮은 편이기 때문에 생존 작가들은 자신들의 작품이 경매 시장에서 팔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해당 미술품에 투자했던 이들은 불만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미술 시장 경기가 불황인 상황에서 경매를 추진해 손실을 입힌 책임이 테사 측에 있다는 것입니다.
경매 낙찰가가 매입한 가격보다 낮으면 다시 취소할 수는 없었을까요? 글로벌 경매업체인 크리스티, 소더비, 필립스 등은 경매 분위기를 부추기고 매물에 대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매각자에게 희망가보다 좀 더 낮게 제시할 것을 권유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테사 측도 더 높아질 것을 믿고 이에 응했지만 생각보다 경매 참여율이 저조했나봅니다.
보통 경매업체는 호가를 최종 결정하기 전까지 매각자와 최종 조율을 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희망가보다 낮은 호가 제시는 시장 규정에는 없습니다. 한마디로 경매 시장 흥행을 위한 그들만의 비즈니스 전략일 뿐 충분히 거절할 수 있었다는 것이죠.
해당 관계자는 “낙찰가가 맘에 안 들어도 이미 계약 절차대로 진행됐기 때문에 그림 가격의 30%가량의 위약금을 물어야 해 매각을 취소하는 경우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40%대의 손실을 본 카츠의 작품은 차라리 위약금을 내고라도 국내 옥션사에 내는 것이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냈습니다.
세 작품 모두 테사의 자금도 각각 5% 내외로 들어갔습니다. 투자자뿐 아니라 테사 측도 손실을 봤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테사 관계자는 “경매사 측에서 경매 수수료나 운송료 등 제반 비용을 면제해준다는 조건을 제시했다”면서 “매각 전 투자자들에게 판매 가격을 고지했고, 이에 대한 판매 찬반 여부 투표를 진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7월 테사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열매컴퍼니, 서울옥션블루, 투게더아트, 스탁키퍼 등과 함께 조각투자 사업에 대한 제재 면제 조치를 받았었죠. 미술품 조각투자 회사 중 유일하게 아직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연내 테사가 증권 발행을 할 수 있을지 우려의 시선으로 보고 있습니다.
조각투자 시장이 열리긴 했지만 유통시장이 아직 닫혀 있는 것도 관련 기업들을 위축시키는 데 한몫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의 개입 전에는 투자자들 간 자유로운 매매가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미술작품 자체가 아예 팔릴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형국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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